네슬레도, 하이네켄도... 러시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서방 기업들

정미하 기자 2023. 7. 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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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러시아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서방 기업이 서구의 제재, 대중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금 러시아 사업을 접으려고 할 경우 러시아 정부의 '해외 기업 자산 국유화' 방침에 따라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해외 기업의 러시아 자산을 국유화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해당 계약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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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러시아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서방 기업이 서구의 제재, 대중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금 러시아 사업을 접으려고 할 경우 러시아 정부의 ‘해외 기업 자산 국유화’ 방침에 따라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전쟁 중인 러시아에는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 네덜란드 주류 업체 하이네켄,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 프랑스 유제품 업체 다논, 덴마크 주류 업체 칼스버그 등이 여전히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사업을 운영 중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프랑스 유제품 업체 다논 공장 전경. / EPA 연합뉴스

미국 예일대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000개 이상의 외국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자 석유 회사, 자동차 회사, 기술 회사, 컨설팅 회사 및 은행이 전쟁 초기 러시아를 이탈한 영향이다.

맥도날드는 800개 이상의 러시아 내 레스토랑을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10억달러(약 1조 2819억원)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국 석유회사 BP는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로즈네프트(Rosneft)의 지분 19.75%를 포기하면서 244억 달러(약 31조2735억)의 손해를 입었다.

하지만 주요 기업의 러시아 탈출 러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0개 이상의 기업이 러시아에서 평소처럼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러시아에 머무르는 공통 요인은 러시아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우려, 현지 파트너와의 계약 의무 때문이다.

일부 회사는 러시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쟁 중에도 필요한 생필품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슬레 대변인은 “현지인에게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식품만 제공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제품 범위를 급격하게 줄였다”고 말했다. 네슬레는 러시아에서 6개의 공장을 운영하며 7000명의 직원을 고용 중이다.

또 다른 일부는 러시아 내 자산을 포기하면 자신들의 자산이 국유화돼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제공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하인 슈마허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 “러시아에 더 이상 기여할 생각이 없다”며 러시아 자산 매각과 관련해 “실행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니레버는 러시아에 4개의 공장 등 8억유로(약 1조 1263억)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포기할 경우 국유화 위험이 있기에 계속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러시아에서 해외 기업이 자산을 매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은 자산을 시가보다 50% 할인된 가격에 팔아야 하고, 러시아 정부에 상당한 금액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여기다 미국 해외자산통제국이 지난 3월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러시아 정부에 수수료를 지불하기 전 미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CNN은 “약 2000명의 개인과 기업은 서구의 제재로 인해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며 “해외 기업 매각을 시도하려 해도 합법적인 구매자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논과 칼스버그는 현지 기업에 러시아 자산을 매매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해외 기업의 러시아 자산을 국유화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해당 계약이 취소됐다. 칼스버그는 이후 성명을 통해 “러시아 기업으로의 자산 매각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발표했다.

국제 전략 연구소의 제재 전문가인 마리아 샤기나는 “러시아를 떠날 기회가 거의 닫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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