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열병식, 중·러 옆에서 한미에 '경고'… 수위는 조절한 듯
'무기 거래설' 러시아와의 밀착행보 두드러져 주목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강순남 북한 국방상이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 제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대신해 우리나라와 미국을 위협하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김 총비서는 이번 열병식 연설 주체의 '격'(格)을 낮춰 나름 수위 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주석단에 나란히 선 채 열병식을 지켜보며 이들과의 '밀착'을 과시한 모습이다.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강 국방상은 전날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 연설을 통해 최근 북한의 핵위협에 따른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과 미군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 등을 겨냥,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 사상 초유의 핵전쟁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장난질을 그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국방상은 한반도 일대 군사적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미 양국에 떠넘기면서 "우리 혁명 무력은 국가(북한)의 자주권과 안전을 군사적으로 침해하려 드는 행위들을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저지시키기 위한 무력대응을 더욱 공세적으로 행사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 국방상은 지난 20일 미 SSBN의 부산 기항 당시 담화를 통해 "핵무기 사용조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북한이 작년 9월 제정한 '핵무력정책'법은 핵무기 사용조건을 자의적·포괄적 해석이 가능하게끔 규정해놓고 있다.
다만 강 국방상이 이번 열병식 연설을 김 총비서의 '위임에 따른' 게 아니라 '국방상으로서' 한다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따로 연설하지 않은 채 전승절 축하 사절로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리훙중(李鴻忠) 중국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 사이에 서서 이번 열병식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총비서가 아닌 강 국방상이 이번 열병식 연설을 맡은 건 중·러 양국, 그 중에서도 '최근 미국과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측 입장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강 국방상의 연설 내용 또한 기존 담화 이상으로 '업데이트'된 사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북한은 김 총비서가 작년 '연말 전원회의'를 통해 한미에 대한 '강 대(對) 강' 기조를 천명한 이후 이 같은 기조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 입장에선 최근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한미·한미일 간의 공조가 강화되면서 중·러와의 연대를 보다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중·러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 총비서는 쇼이구 장관을 비롯한 러시아 대표단을 각별히 챙겼다.
김 총비서는 지난 26일 쇼이구 장관과 북한의 전략무기들을 전시한 '무장장비전시회-2023'을 들러봤고, 27일엔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북러 간 '안보협력' 등을 논의했다. 김 총비서는 같은 날 오후에도 쇼이구 장관을 비롯한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위한 연회도 마련했다.
쇼이구 장관은 27일 열병식 참관을 마치고 대표단과 함께 귀국할 땐 강 국방상의 안내로 인민군(북한군) 명예위병대를 사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번에 방북한 쇼이구 장관을 통해 친서와 선물을 김 총비서에게 보내왔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북한 '전승절' 70주년 기념 보고대회에서 쇼이구 장관이 대독한 축하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지지, 그리고 △국제문제에 관한 북러 간 '연대성'은 "세계질서 확립을 저해하는 서방집단의 정책에 맞서가려는 우리 공동의 이해관계와 결심을 부각시켜주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부족해진 포탄·탄약 등 물자를 북한으로부터 공급받았단 의심을 받아왔던 상황. 이 때문에 쇼이구 장관이 이번 방북과정에서 북한으로부터의 무기 지원 등에 관한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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