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독문어 출현, 이 사진 실화냐?” 한국이 동남아 됐다 [지구, 뭐래?]

2023. 7. 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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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에서 해경에 신고된 파란선문어 [제주해양경찰서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청산가리보다 독한 독문어, 열대지방 벌레 떼, 악어, 식인상어, 사람 만한 뱀까지. 한국 맞아?”

모아보면 그야말로 동남아 열대우림 같은 얘기다. 하지만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청산가리의 10배 독을 지닌 파란 선문어는 원래 열대·아열대 바다에서 사는 생물이다. 하지만 이젠 제주도 뿐 아니라 울산 연안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최근 경북 영주에선 뱀 출몰 신고가 들어왔다. 뱀의 정체는 그물무늬비단뱀. 주로 열대 우림에 서식한다. 포획된 뱀의 경우 길이 1.5m에 길이 400g정도였으나 성체가 되면 길이 최대 7.5m에 무게 160㎏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큰 뱀 중 하나다.

이 뱀은 한국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외래종이다. 영주소방서 등 행정 당국은 이 뱀은 외국에서 컨테이너에 들어갔다가 우리나라까지 온 것으로 보고, 경북 안동의 한 동물원으로 인계했다.

뱀 출몰은 소동에 그쳤지만, 낯선 외래종 목격담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동남아시아와 같은 아열대성 기후에서 볼 수 있는 생물들이 곳곳에서 출몰하면서다.

지난 24일 경북 영주시의 한 공장에서 발견된 그물무늬비단뱀 [영주소방서 제공]

열대·아열대 해역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이 북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청산가리의 10배 독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파란 선문어는 2012년께 제주 바다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020년부터는 동해 울산 연안에까지 등장했다.

이달 들어 강원 삼척시, 경북 포항시 등에서도 상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피서철을 맞은 동해안 해수욕장들은 그물망을 설치하기도 했다.

삼척시 임원항 인근에서 발견된 백상아리 [연합]

이는 해수면의 온도가 뚜렷하게 올라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따르면 지난 3월~5월 동해 평균 해면 수온이 10도다. 1991~2020년 평년 기온보다 1.8도가 높은 수치로, 국내에서 관측을 시작한 이후 42년 만에 가장 높다.

곤충들도 눈에 띈다.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표적이다. 두 마리가 짝 지어 비행을 하는 탓에 러브버그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3~7일 정도로 생애 주기가 짧아 최근에는 자취를 감췄음에도 입길에 많이 올랐다. 사람에 달려드는 데다 한꺼번에 부화하면서 창이나 건물 외벽, 산 봉우리를 까맣게 뒤덮은 모습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킨 탓이다.

아직 유입 경로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2018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지난해 서울 서북부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렸던 러브버그가 올해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으로까지 퍼지면서, 내년에도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러브버그 [온라인 커뮤니티]

러브버그가 입이 퇴화돼 사람을 물지 않고 오히려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이라는 점은 다행이지만, 외래종이 생태계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열대거세미나방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외래 해충이다. 옥수수를 비롯해 벼 등을 애벌레가 닥치는 대로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아메리카대륙이 원산지인데 2016년 아프리카, 2018년 동남아, 2019년 중국과 한국으로까지 빠르게 확산했다.

열대거세미나방의 유충 [농촌진흥청 제공]

문제는 이처럼 해외에서 유입된 생물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토착화한다는 점이다. 잠시 나타난 손님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자생생물로 1802종을 새로 추가했다. 자생생물종이란 지리적으로 한정된 지역에만 분포하여 서식하는 생물 분류군이다. 즉 이 땅에서 새로 함께 살아가게 된 생물로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새로 추가되는 자생생물이 모두 외래종은 아니다. 이중에는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신종 생물도 섞여 있다. 자생생물 중에서도 다른 나라에는 분포하지만 한국에서 처음 발견되는 미기록종을 눈여겨봐야 한다. 미기록종이 늘어나면 기후변화로 해외에서 유입되는 생물종이 많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미기록종 자생생물은 1237종이다. 아직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미기록종 생물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국립생물자원관도 증가세를 유의미하게 지켜보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종다양성연구과 관계자는 “기존에는 미기록종을 조사하지 않고 지난해부터 따로 구분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국가생물종 5만 8050종 중 미기록종을 분류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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