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학생이 교사를 때렸다는 언론 보도가 가진 함정은

윤유경 기자 2023. 7. 28. 14: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평] 특수학급 학생의 교사 폭행 기사, 장애 학생 혐오로 이어질 수 있어
언론, 현장 목소리 담아 장애 교육 시스템 바뀔 수 있게 여론 조성 필요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만삭 배 차고 침 뱉은 아이들”…22년차 교사 침묵한 이유> (한국경제)
<머리채 잡혀 119까지…인천 초교 특수교사도 폭행 피해> (국민일보)
<또 교사 폭행…중학교 특수학급 학생, 쓰레기통 던졌다> (서울신문)
<특수학급 학생이 할퀴고 넘어뜨려...인천 초등교사 '전치 6주'>(경기일보)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후, 학생의 교사 폭행 사례를 다룬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선정적인 제목으로 폭행 사례를 짧게 다룬 기사들 대다수는 특수학급 장애 학생의 사례였다. 과거의 폭행 사례를 찾아 '특수학급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식의 기사도 다수다. 선생님들이 폭행 당한 사진과 함께 특수교사들이 겪은 폭행과 폭언 사례를 모아 자세히 묘사하는 기사들도 보도됐다.

▲ 연합뉴스TV '6학년 초등학생이 교사 폭행…교사들

교사 사망 사건 후 학부모를 가해자, 교사를 피해자로 일반화하는 분위기에서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과 어울리는 사례를 끌어온 셈이다. 특수학교의 교육 문제를 폭행 사건만으로 처리하는 보도는 현실을 왜곡시킨다. 폭행 사례를 묘사하고 열거하는 데 그치는 기사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 이러한 언론보도는 특수학교를 둘러싼 장애인 교육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도적 개선 없이 일회성 비난 여론을 이끌어내는 기사로만 끝나버릴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폭행 사건 보도에서 학생들을 모두 특수학교로 보내야한다는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장애교육 현장에 대한 설명 없이 부정적인 장면만 드러내서, 대안은 없이 장애 학생들을 분리해내자는 여론을 만드는 언론보도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5~27일 장애 학생 학부모와 특수교사들이 처한 상황을 들었다. 특수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교육당국이 외면하고 사회적 무관심으로 방치된 교육환경에서 서로를 의지하지 못한 채 버텨내고 있었다.

장애 유형 고려해 교육할 수 없는 교육환경, 사회가 방치했다

정서장애 학생을 둔 학부모는 아이들의 장애 유형을 고려해 교육할 수 없는 환경을 문제삼았다.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과 상황에 노출돼있는 정서장애 학생들을 돌볼 조건과 그에 맞는 지원이 갖춰지지 않은채로 '특수학급(학교)'에 보내면 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폭행이 만연하도록 학교와 사회가 이들을 방치한 게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학부모 이아무개씨는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특수학급이라고 단순화해 보도하면 안 된다. 서초구 교사 사망과 특수학급 폭행 사안은 해결책이 다르다. 특수학급 안에서도 정서장애와 품행 장애는 또 그에 맞는 교육적 환경으로 다뤄야한다. 지금의 언론보도로는 양쪽이 서로 앙심과 증오를 품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진상 부모 체크리스트'가 알려졌다. '우리 애는 예민하니까, 잘봐주세요'라는 말은 장애 학생 부모가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말임에도 '진상 부모'로 낙인찍힌다. 프레임이 잘못되면, 장애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을 고려하거나 지원되지 않는 문제가 모두 교권을 침해하는 진상 부모의 문제가 된다. 이씨는 “'학부모도 애도 똑같이 패야한다'는 댓글을 봤다”며 “앞뒤 상황을 모르니, 몰아내야한다는 생각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진상 학부모 체크리스트 본 교사 “너무 흔해서 타격도 없다”' 기사 사진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를 출처로 두고있다.

“어려움 알아줘 다행이지만, 혐오로 이어질까 걱정…제도 개선 없이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어”

미디어오늘이 인터뷰한 5명의 특수학급(학교) 교사들은 '폭행을 많이 당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사례 나열식 기사들이 장애 학생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게 될 것을 우려했다. 최윤영 전국특수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묵혀왔던 어려움을 알아줘서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있지만, 모든 장애인 학생들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게 될까 걱정”이라며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일회성으로 큰소리만 요란하게 나고 끝나버릴까봐, 결국 '너희가 알아서 잘 해라'로 끝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에 '특수학급 교사 폭행'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 갈무리.

일부 장애 학생들을 몸으로 제압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특수학교 교사는 폭행에 자주 노출돼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이기 때문에 쉽게 어려움을 말하지 못한다. 최윤영 수석부위원장은 “특수교사들은 학생들의 폭행을 감내하고 살았다. 사회적으로 표출해봤자 '그거하냐 못 받아주냐, 우리 애들 봐주면서 너희가 밥벌어먹고 살지 않느냐'라는 모욕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사 A씨도 “특수학급은 섬처럼 존재한다. 사회적으로도 교사가 다 감당해야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교사들도 적극적으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는 면이 있다. 누구든 일하다가 다치거나 맞으면 안되는데, 교원에 대한 전문성이 약하다는 이야기로 들릴까봐 조치를 못한다”고 말했다.

일반 교실에서 위험한 행동을 보인다고 학생을 특수학급에 격리하는 것은 차별이다. 교사들도 모든 장애 학생들을 공평하게 교육할 수 없는 학교 시스템을 지적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이다.

A씨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그 아이를 위한 특별한 공간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아가며 교육해야지, 무턱대고 이 아이들을 특수교육 대상자로 지정해 분리된 환경에 보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교사 B씨도 “일반학교에 배치된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너가 비장애 학생과 함께할 때 이런 문제 발생했으니 전일제로 특수학급에 가'라고 하는데 이는 차별”이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특수교사들의 인력은 부족해지고, 근무 강도는 높아진다. 학생이 늘면 특수교사를 더 배치한다거나 협력할 수 있는 강사를 배치하는 방식은 없이 통합학급(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수업받는 교실)에서 빼내는 작업만 하기 때문이다. 장애 학생에게는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이자, 교사에게는 노동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 JTBC '인천서도 초등생이 교사 폭행…

선생님 한 명당 맡아야 하는 장애학생의 수가 많을수록, 위험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교사들은 현재 혼자 학생 5명 정도를 담당하고 있었다. 최윤영 수석부위원장은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순간 욱해서 행동 제지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몸으로 제지하거나 방어해야하는데, 그 와중에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면 아동학대 소지를 걱정해야 한다”며 “그땐 무조건 아이를 교실에 고립시키고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가야 한다. 앞 반, 옆 반 상관없이 모든 교실이 중단되고 교사들이 해당 반으로 달려든다. 아이 한명에게 교사 여러명이 팔다리를 붙잡고 제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고나서도 아이가 조금이라도 다쳤을까봐 마음 졸인다”고 말했다.

교사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수업 중 발생한 상해임에도 학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을 주거나 지원해주지 않아 온전히 교사가 사비로 치료받아야 한다. 해결방법을 요청해도 돌아오는 말은 '특수교사니까 감당해라'는 말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내놓는 대책도 문제다. 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면 기간제 교원, 사회공무요원, 자원봉사자 등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을 특수교육 인원으로 배치하는 게 현실이다. 외부인력을 관리하는 것도 결국 교사의 몫이다. 교사 C씨는 “대안없이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현장 교사들에게 몸으로 버텨내라고만 요구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우리는 장애 학생의 안정권을 요구하고, 교사가 교육할 때의 안정권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MBN '[뉴스추적]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보도로 인해 만들어진 '폭력 행동을 하는 학생들은 모두 특수학교로 전학시켜야한다'는 여론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C씨는 “언론보도로 혐오가 확대돼 대안없이 분리교육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특수교육은 그 아이에게 적절한 공간에 배치하고자 하는 게 출발인데, 아이가 그 공간에 없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아이를 다른 공간에 보내는 건 특수교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사 D씨도 “특수학급 학생이 교사를 때렸다는 기사가 나오면, '그런 애들은 특수학교로 보내야한다'라는 댓글이 달린다. 특수학교에서도 (폭행이 벌어지면) 어디로 또 격리하나? 부모에게? 그 부모도 아이에게 맞는다. 부모는 부모대로 하소연하면 '니 자식 니가 안보고 누가봐'라는 비난이 돌아온다”며 “'학생이 선생을 때렸다'에 집중하는데, 사실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본질”이라고 했다.

언론, 현장 목소리 담아 교육 시스템 바뀔 수 있게 여론 조성 필요해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장애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교사들에 대한 지원 방안은 없이, 개개인의 역량으로 문제를 대면하고 있었다. 언론은 '장애 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을 부각할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인력과 예산 부족, 병원의 협력체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부 차원의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사한 명당 두 명의 장애 학생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 한명당 학생 수가 줄어들면, 학생들의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폭력 행동에도 더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임시대체 인력이 아니라, 정규직 특수교사의 충원이 필요하다.

학부모 이아무개씨의 자녀는 학교의 지원 없이 방치돼있다 본인의 돌발행동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교사를 폭행한 적이 있다. 이씨의 요청으로 전문 인력이 붙는 행동 지원이 실행되면서, 그 이후 이씨의 자녀는 폭행 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문제가 장애학생와 학부모, 교사의 책임공방으로 끝날 게 아니라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이씨는 학교에 행동중재 전문가를 배치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원이 나와야한다. 폭력 성향이 있는 아이들에 대해서 시스템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C씨는 “주먹구구식 자원봉사제 등 다른 지원 인력이 아니라, 특수'교사'가 더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의 학습권을 보장하며 올바르게 행동을 중재·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이를 위해 교육청에서 각 학교마다 어려움이 있는 학생을 전수조사해서 인력 충원 계획을 해야한다고 했다.

D씨도 “특수학급에 있던 학생을 통합학급으로 보낼 때에도 전문 보조인력을 함께 보내야한다. 일반학급에 있다가 점점 보조인력 인원을 줄여가면서,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게 기회를 주고 가르치는 게 특수교육의 핵심이다. 지금은 '어느 쪽도 다 다치지않게 잘 데리고있어라'라는 목표 하나로 운영되고 있다. 교사들의 의욕도, 교사들에 대한 신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pixabay.

장애 유형별로 개별 학생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특히, 폭력 행동을 보이는 정서장애 학생들에 대해선 적절한 치료와 지원이 필요하다. A씨는 “특수학급 학생이 의도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행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동에 대해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기관이나 지원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A씨는 “교사가 상해를 입으면 적극적으로 상해를 치료하고 심리상담을 받는 등 충분히 지원해야한다”고 했다. 최윤영 수석부위원장도 “학교에서는 문제 행동을 크게 보이는 장애 학생은 병원 치료를 권고하고 이를 학부모들이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씨는 “아이들은 다 변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교사가 전문가로서 학부모에게 의료적 처치를 제안했을 때 부모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가 나아질 수 있는데 의사의 처방은 받지않고 '너네 전문가니까 너네가 지도해봐'라고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교사가 권고한다면 부모가 받아들여주고 협력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도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 민원인 이상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학교 공동체가 아이를 잘 교육하기 위한 공동체다. 서로간 신뢰가 회복할 수 있게 문화를 만드는 것이 소중하고 중요하다. '교사는 다 피해자고 사악한 학부모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지금 여론인데, 사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열기가 식으면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교사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초구 초교 교사 사망 사건 후 비장애인 학교 현장에 대한 논의만 이어지고있지만, 장애 학생의 특이성을 고려한 장애 교육 현장의 상황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학부모 이씨는 “특수학급 차원에서도 왜 이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는지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없이 결과 위주로만 보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