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예상 깨고 열병식 연설 안 해…중러 부담 의식한 듯

남빛나라 기자 2023. 7. 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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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열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육성 연설을 하지 않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연설까지 해버리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러시아와 중국을 비난할 소지가 커 적당히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와 중국을 옆에 두고 (열병식에 등장한) ICBM을 본 것만으로도 과시효과는 충분하니 쓸데없는 잡음은 지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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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옆에 중러 대표단 세워두고 결속 과시
전승절 기간 특별한 대외메시지 발신 자제
"국제사회 중러 비난 소지 커 수위 조절한 듯"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열린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다. 양 옆은 중국 대표단 단장인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2023.07.28. (사진=노동신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이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열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육성 연설을 하지 않았다. 북중러 3국 밀착을 과시한 자리에서 강력한 대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단 관측을 깼다.

28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했다. 양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주석단에서 중국 대표단 단장인 리홍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양옆에 두고 가운데 섰다.

북한이 전승절 열병식에 외국 대표단을 초청한 건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중국의 리위안차오 국가 부주석이 방북했다. 러시아는 정부 대표단이 아닌 노병 대표단만 보냈다.

이번엔 북중러 3각 밀착을 내보일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하고도 김 위원장은 연설하지 않았다. 연설은 강순남 국방상이 맡았다.

강순남 국방상은 "미제는 우리에게 핵을 사용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가지고 있지 못한다"며 "지금 이대로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며 나간다면 우리 국가의 무력행사가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에 한해서는 방위권 범위를 초월하게 된다는 것을 엄중히 선포한다"고 경고했다.

메시지 자체는 위협적이지만 발신자가 최고지도자가 아니란 점에서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날 쇼이구 장관과 진행한 담화·오찬에서 나온 김 위원장의 발언도 원론적인 선에서만 짧게 보도됐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급변하는 국제안보환경과 조선반도지역의 군사정치 정세에 대한 우리 당과 정부의 평가와 원칙적 립장을 피력하셨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열린 13차례 열병식 중 12차례 참석해 5회 연설했다. 마지막 열병식 연설은 지난해 4월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때다.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공개한 지난 2월 건군절 75주년 열병식 때도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연설은 하지 않았다.

이렇듯 김 위원장은 열병식에서 연설하지 않을 때가 더 잦다. 그럼에도 이번 침묵이 눈길을 끄는 건 최근 국제정세와 맞물려 호전적인 대남·대미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비난을 받고 있다.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해지고 있는 북한은 북중러 결속으로 한미일 연대에 맞서야 하는 입장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연설까지 해버리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러시아와 중국을 비난할 소지가 커 적당히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와 중국을 옆에 두고 (열병식에 등장한) ICBM을 본 것만으로도 과시효과는 충분하니 쓸데없는 잡음은 지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사회 여론을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이제까지 나온 모든 안보리 대북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찬성을 거쳤다.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및 북한과의 모든 무기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점을 예단할 순 없지만 결국 중요한 대외메시지는 김 위원장이 직접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승절 70주년을 건너뛴 대신 다가오는 공화국 창건 75주년(9월 9일)에 연설할 가능성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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