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베트남에 전후 첫 상주 대표부 설치한다
바티칸이 베트남에 베트남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상주 대표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과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은 바티칸에서 만나 회담한 후 하노이에 상주 대표부를 둔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아직 베트남 상주 대표부에 누가 파견될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베트남은 19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바티칸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당시 베트남 정권은 바티칸이 구 식민세력인 프랑스와 너무 가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양측은 2009년부터 관계 개선을 위한 협의를 벌여오다가 지난해 대표부 설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양측은 성명에서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동 성명에서 바티칸은 베트남인들이 “좋은 가톨릭 신자와 좋은 시민이 될” 역량이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가톨릭 신자는 인구 약 9500만명 중 6.6%에 해당하는 70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미국 연방기관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베트남을 종교자유 특별관심국가로 지정할 것을 미국에 권고했으나, 베트남 정부는 이와 같은 비판을 거부해왔다.
한편 이번 베트남 상주 대표부 설치 합의를 계기로 중국에도 상주 대표부를 설치하려는 바티칸의 희망이 힘을 얻을지 주목된다.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는 2018년 주교 임명 문제를 둘러싼 갈등 이후 악화했다.
로이터는 교황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바티칸이 공식적 또는 비공개로 주 베이징 바티칸 상주 대표부 설치를 허용해달라고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바티칸 내부에선 베트남의 변화가 중국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리란 기대감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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