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이동관 방통위장 지명에도…'식물 방통위' 우려, 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지명했다. 한상혁 전 위원장의 면직 후 비어있던 자리를 약 두 달 만에 채운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5인 체제인 방통위 상임위원 구성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방통위의 정상 가동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구성 주도권을 쥐려는 야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여당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선 발표 브리핑을 열고 이동관 특보를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언론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인간관계 네트워킹, 리더십을 바탕으로 방송통신분야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지난 5월 말 대통령실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면직했다. 종편 재승인 점수를 수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므로 방통위원장으로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대통령실에서 이동관 특보를 위원장 후보로 지명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임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차기 위원장 지명을 더 늦출 수 없었던 것은 남아있는 방통위 상임위원 세 명 중 두 명의 임기 만료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5인 체제여야 하지만 현재는 김효재·이상인·김현 상임위원 등 세 명 체제로 간신히 운영 중이다. 5월 말 한 전 위원장이 면직됐고, 지난 3월 말로 임기가 만료된 안형환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을 대통령실이 임명하지 않고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김효재·김현 상임위원도 다음 달 23일로 임기가 끝난다는 점이다. 여기에 차기 위원장 지명까지 늦어지면 사상 초유의 1인 체제 방통위가 된다. 임명을 계속 미루면 중요한 결정을 진행할 수 없는 사실상 '식물 방통위'가 되는 셈이다.
야당의 반발로 방통위의 정상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는) MB 정권에서 방송장악의 핵심으로 언론 사찰을 지휘했던 인물"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이동관 특보의 임명을 철회하고 방통위원장 자격을 갖춘 적합한 인물을 새로 내정하길 바란다"고 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28일 이날 후보자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도 벼르고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둔 김효재·김현 상임위원의 후임 추천 과정이 뇌관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효재 위원은 여당 측, 김현 위원은 야당 측 추천인사로, 후임 역시 여야가 각각 후보를 추천한 뒤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168석의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최민희 전 의원의 공백에 두 상임위원 후임까지 가로막아 사상 초유의 '2인 체제' 방통위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2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상임위원 후임 추천도 하지 말라고 민주당에 요구했다며 "(민주당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지만 실효성과 그렇게 진행했을 경우 역풍 등 고려할 것들이 많다"고 전했다.
당분간 방통위를 둘러싼 여야 극한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2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임명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며 "가장 가까이는 아마 인사청문회가 있다. 윤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이 특보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적임자인지는 인사청문회에서 명명백백히 따져 물으면 될 일"이라며 "민주당은 구태적인 인신공격이나 신상털기로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제대로 된 검증에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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