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KT’ 새 수장 후보 3인… ‘돌려막기 논란’ ‘대기업 경영 전무’ 약점 극복해야 CEO 타이틀 차지할 듯
박윤영 전 KT 사장, KT 내부 출신으로 ‘돌려막기’ 논란 불거질 수도
차상균 서울대 교수, 대기업 경영 경험 전무
임직원 수만 2만명이 넘는 재계 서열 12위 KT의 새 수장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다. KT 차기 대표이사 면접 심사 대상자(숏리스트)에는 ‘정치권 낙하산’들은 모두 탈락하고 산업계 경험이 있는 후보들만 포함됐다. KT의 경쟁사인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김영섭 전 LG CNS 사장, KT 내부 출신으로 대표 선출 과정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삼수생 박윤영 전 KT 사장, 대기업 경영 경험이 전무한 차상균 서울대 교수 중 누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최종 후보 1인이 될지 주목된다.
KT 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 27일 27명의 외부 지원자 가운데 서류심사와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3명의 심층면접 대상자를 확정했다. 위원회는 당초 사내후보 지원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최종후보 중 내부후보 지원자는 없다. 3명의 후보는 다음달 3일 혹은 4일에 면접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추천위원회가 대표이사를 공개모집했을 당시 내세운 지원 자격은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풍부한 기업경영 경험과 전문지식 ▲대내외 이해관계자의 신뢰 확보와 협력적인 경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량 ▲글로벌 시각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업 비전을 수립하고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리더십 ▲산업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관련 산업·시장·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한 자다. 앞서 KT가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자격 요건에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삭제하면서 ICT와 상관없는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우려와 달리 3명의 후보 모두 ICT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KT 차기 대표 후보자 3명이 각각 기업 경영이 풍부한 사람, KT 내부 출신, 학계 인물로 ‘맞춤형 3배수 구색맞추기’로 보인다”며 “KT가 KT맨을 앞세워 두 차례나 대표이사 선임을 실패한 상황에서 내부 출신을 또 대표이사로 뽑았을 경우 여론을 견디기가 힘들 것이며, 장기간 CEO 공백으로 내부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기업 경영 경험이 전무한 사람을 뽑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KT가 두번이나 대표이사 선임에 실패했는데 이번에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리그’ 논란을 불식시키고 이미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CEO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 김영섭 전 사장, LG맨으로 승승장구… LG유플러스 근무 이력 눈길
김영섭 전 사장은 다른 후보자보다 ICT 산업군에 속한 다양한 기업에서 쌓은 경험이 돋보인다. 그는 1959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럭키금성상사(옛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이래 LG 회장실 감사팀 부장, LG상사 미국법인 관리부장,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를 역임했다.
IT 업계에 발을 들인 건 2003년 LG CNS와 연을 맺으면서부터다. LG CNS 경영관리부문 상무와 부사장을 맡으면서 재무최고책임자(CFO)로서 회사 살림을 챙겼다. 2008년에는 처음으로 사업부를 맡았다. LG CNS 하이테크 사업본부 본부장, 솔루션 사업본부장을 지내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그는 재무통이자 구조조정 전문가다. 대표가 된다면 부실경영, 황제경영, 방만경영 논란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내부에서 공존한다. 김 전 사장은 2014년 LG유플러스로 옮겨 경영관리실을 총괄하다 1년 뒤 LG CNS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LG유플러스를 거쳤다는 것은 그만큼 통신업을 잘 안다는 장점인 동시에 순혈주의가 강한 KT 내부에서는 이를 경계하는 반발을 유발할 수 있다.
◇ 박윤영 전 사장, 삼수생으로 돌려막기 논란 불거질 수도
박윤영 전 사장은 다른 후보자보다 KT 내부사정에 대해 이해가 깊고 통신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내부 장악력도 높다는 평을 받는다. 3명의 후보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박윤영 전 사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토목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땄다. KT가 한국통신이던 1992년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입사한 뒤 SK로 이직했다가 다시 KT로 돌아왔다. 이후 KT 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장,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사장)을 역임했다. 이 기간 컨버전스와 미래사업, 기업사업 등을 맡으며 B2B(기업간거래) 사업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KT맨’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이 외압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한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KT 내부 출신이 대표가 되는 것에 정부와 여당이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는 상황에서 박 전 사장이 대표이사가 될 경우 또 다시 ‘그들만의 리그’ ‘돌려막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여기에 KT 대표 선출 시 두 번이나 최종 관문까지 갔다가 고배를 마신 것도 약점이다. 그는 2019년 말 황창규 전 KT 회장의 뒤를 잇는 CEO 선출 과정에서 구현모 전 대표의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바 있으며, 올해 2월 KT가 대표이사를 공모했을 당시 윤경림 전 사장에 밀려 떨어졌다.
◇ 차상균, 대기업 경영 경험 전무 이겨낼 무기가 관건
차상균 교수는 1958년생으로,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와 제어계측공학 석사, 스탠퍼드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초대 원장과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 감사원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KT 사외이사로 재직바 있으며,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관련 스타트업 TIM을 창업해 글로벌 IT 기업 SAP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장기간 KT 사외이사를 역임한 만큼 어느 정도 회사에 대한 이해도는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기업 경영 경험이 전무해 2만여명의 임직원을 이끌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위원회는 늦어도 다음달 4일 전에는 심층면접 심사를 진행해 KT 대표이사 후보 최종 1인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후 회사는 8월 말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친다. 주주총회 선임 요건은 ‘참석 주식의 60% 이상 + 찬성한 비율이 전체 주식의 25% 이상’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KT 1대 주주는 8.27%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공단. 그 뒤를 현대자동차그룹(7.79%), 신한은행(5.5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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