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는 불사조인가, 아니면 방송사들이 그에게 빚이라도 진 걸까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3. 7. 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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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허재의 초스피드 예능 복귀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허재가 다음 달 4일 TV조선 <조선체육회>로 방송에 복귀한다. 며칠 전 SBS <미운 우리 새끼>에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던 이경실이 나오는 걸 보고 '자숙 기간이 너무 짧네' 했는데 이경실은 그나마 초대 손님이 아닌가. TV조선 주 시청층이 중장년층 이상의 어르신들이고 따라서 이번 허재 농구계 퇴출 건을 모르는 분도 계실 게다.

지난 6월 16일 허재가 구단주인 '캐롯 점퍼스'가 부실 운영으로 한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리그에서 제명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작년 8월 창단식에서 "재정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기다려달라. 나중에 좋은 구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는 허재, 앞으로는 협회 임원, 감독, 코치, 해설위원 등 어떠한 직책도 맡을 수 없다고. 2022년 8월에 창단식을 가졌는데 2023년 6월에 제명이라니, 동네 장사도 아니고 어떻게 단 1년을 끌고 갈 능력이 없는 기업이 농구팀을 인수할 생각을 한 걸까? KBL이 반려한 사안을 허재가 나서서 성사를 시켰다고는 하나 한국농구연맹(Korean Basketball League)은 책임이 없는 걸까? 어쨌든 최종적으로 구단 인수를 승인한 건 바로 연맹이 아닌가.

어이없는 건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적극적으로 캐롯 점퍼스 홍보를 해줬다는 거다. 예능 프로그램이 부실 업체 홍보에 앞장선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빅뱅의 승리도 한때 MBC <라디오스타>와 SBS <미운 우리 새끼>가 잘 나가는 사업가라면서 한껏 추켜 세워주지 않았나. 허재도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2022년 9월 25일 175화부터 2023년 1월 22일 191화까지 무려 넉 달 이상 캐롯 점퍼스 구단주로, 보스 역할로 출연했다. 첫 등장 때 '데이원 스포츠단 대표 이사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했었고 만수르, 정용진, 최태원, 김택진, 국내외 유명 팀 구단주들을 들먹이면서 동격이라고 호들갑들을 떨기도 했다. 그렇다면 방송 출연을 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방송 소재로 써먹기 위해 구단주를 맡은 걸까?

6월에 제명됐는데 <조선체육회>가 8월 4일에 첫 방송? 보기 드문 초스피드 복귀다? 이분 불사조인 걸까? 방송사들이 빚이라도 졌나? 보통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 복귀를 시도할 때는 케이블이나 종편을 우선 거친다. 시쳇말로 간을 보기 위해서다. 박수홍도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을 거쳐서 KBS <편스토랑>에 안착하지 않았나. 허재도 <조선체육회> 출연이 별 문제가 되지 않으면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로 돌아오지 싶다. 왜냐, KBS가 유난히 허재를 아낀다.

귀는 당나귀 귀'로 돌아오지 싶다. 왜냐, KBS가 유난히 허재를 아낀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사장님'도 아닌데 고정 출연하다가 진행자 자리에 올랐었고 2021년 KBS <연예대상> 리얼리티 부문 최우수상을 2022년에는 프로듀서 특별상을 받았다. KBS가 왜 다섯 차례나 음주 운전으로 법적 처벌을 받은 허재를 총애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걸린 게 다섯 차례면 실제로는 숱하게 음주 운전을 하고 다녔지 않겠나.

왜 KBS, 특히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음주운전에 관대한지 모르겠다. 올해 5월과 6월에 보스로 출연한 탁구 선수 현정화 역시 음주운전 경력이 있다. 2014년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서 경찰에 입건됐는데 운전면허 취소 처분의 두 배가 넘는 수치, 혈중 알코올 농도 0.201%였다고 한다.

지난 수요일(26일) 밤 MBC <라디오스타>에 허재 아들 허웅이 출연했다. 다른 출연진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관련 있는 사유리, 정성호, 박주호. 주로 육아 얘기하는 자리에 농구 선수 허웅은 왜? 허재 방송 복귀를 위한 서포터즈인가? 모든 방송사들이 힘을 합해 허재의 방송 복귀를 기원하는 건지 현재 어디에서도 이번 사건을 다루지 않는다. 아마도 <조선체육회>에서 '나도 몰랐다, 나는 그들의 말을 믿었다. 운동만 해서 세상 물정을 몰랐다, 내가 어리석었다' 눈물 바람 한번 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 선한 영향력까지는 이제 바라지도 않는다. 그 놈의 피해자 코스프레, 지긋지긋하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TV조선,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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