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빌라왕’ 공범 70여명 적발…숨진 20대는 ‘바지 임대인’

[전세사기]20대 명의 빌려 무자본 갭투자
매맷값보다 20% 비싼 전세금 챙겨

지난해 12월 ‘20대 빌라사기범’이라고 알려진 송아무개씨가 살던 빌라. 빌라 앞에는 송씨 앞으로 우편물이 왔다는 안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승욱 기자

인천과 경기도에서 오피스텔 수십여채를 가지고 있다 숨진 ‘20대 빌라사기범’ 송아무개(사망 당시 27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송씨와 함께 전세사기를 벌인 공범 70명을 추가로 적발했다. 이들의 범행 규모는 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부동산 컨설팅 업자 ㄱ(47)씨 등 78명을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 중에는 공인중개사 26명, 중개보조원 51명도 포함됐다. 앞서 경찰은 명의를 빌려준 ‘바지임대인’ ㄴ(27)씨 등 주범 4명을 지난달 먼저 구속 송치한 바 있다.

ㄱ씨 등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인천, 서울, 경기도 등에서 세입자 7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06억7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ㄱ씨 등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도권의 주택 119채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주택 매매와 함께 전세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매매가보다 20% 비싼 가격으로 전세보증금을 받은 뒤 이를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매매가와 전세가 차액을 리베이트 형식으로 나눠 가지기도 했다.

‘바지임대인’이었던 숨진 송씨와 ㄴ씨는 ㄱ씨 등이 매매 계약서에 쓸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주택을 사들일 때 내야 하는 취득세 등 각종 비용은 컨설팅 업자들이 대신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전국에서 발생하는 무자본 갭투자 형식의 전세사기는 엄연히 불법행위”라며 “젊은층이 범행에 가담하는 사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며 특히 부동산 매수 대가를 지급한다거나 명의를 빌려달라는 제안을 받은 경우 사기 범행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