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바이든 vs 트럼프…데이터로 본 '건강 위험'은?

남승모 기자 2023. 7. 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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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에서 최장수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정기적으로 진행해온 수요일 기자회견 도중 20초가량 멍하게 서 있는 실어(失語)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당황스러운 모습은 CNN 등을 통해 그대로 생중계됐습니다. 이상함을 느낀 동료 의원과 보좌진이 다가가 괜찮은지 물었지만 매코널 원내대표는 멍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고 급히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회견장을 빠져 나갔습니다.

후에 회견장으로 돌아온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질문이 쏟아졌지만 매코널 원내대표는 "나는 괜찮다(I'm fine)"라고만 짧게 답했습니다. 보좌진들은 그가 어지러움(light headed)을 느껴 잠시 자리를 떠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날 저녁 바이든 대통령이 안부 전화를 걸어왔던 걸로 알려졌는데 고령화된 미 정가의 동병상련처럼 느껴졌습니다. 참고로 그는 1942년생으로 올해 81살입니다.

회견장으로 돌아오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80살 바이든 vs 77살 트럼프

사실 이런 건강 이상설로 가장 많이 뉴스에 오르는 인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입니다. 올해 80살로 최고령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은 현지 시간 6월 1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 후 생도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한 뒤 자리로 돌아가다 바닥에 있던 모래 주머니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몸을 일으키려는 듯 움직였지만 여의치 않았고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과 사관학교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고 난 뒤에야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델라웨어주 개인 별장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 멈추려던 순간 페달 클립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가 하면, 2021년 3월에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위해 계단을 가볍게 뛰듯이 오르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2020년 11월엔 반려견 메이저와 놀아주다 미끄러져 오른쪽 발목에 실금이 갔고, 한동안 절뚝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불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70대 후반입니다. 1946년생, 올해 77살로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훨씬 활력 있는 모습이지만, 역시나 과체중에 고기를 즐기는 식습관 등으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건강 체크를 받는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퇴임 후 건강 관련 기록이 공개된 바 없습니다.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 고령 정치인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될까'라는 물음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의 나이가 국정 운영에 지장을 미칠지 과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과학적 분석은 '괜찮을 것'…유권자 생각은?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새뮤얼 프레스턴 교수가 194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장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그와 같은 연령대 미국 남성과 비교해 수명이 이미 상위 41%에 들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상위 53%에 든 걸로 나타났습니다. 즉, 평균적으로 봤을 때 같은 연령대 미국 남성들보다 이미 더 오래 살았거나(바이든) 적어도 평균치 가까이 살았단(트럼프) 뜻으로 고령이라는 뜻입니다.

보험 통계표상으로 봤을 때, 두 사람 모두 당선 시 재선 임기 내 사망하기보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휠씬 높으며, 노화 전문가들은 (대통령으로서 받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포함해 사회 경제적 막대한 이점을 고려할 때 임기 동안 건강을 유지 못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앨라배마대학교에서 건강한 노화를 연구하는 스티븐 N. 오스타드 교수는 "선거 캠페인 중에 극적인 무언가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나이가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아직 이를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반적 확률에 기초한 노화 연구자들의 이런 대체적 의견이 '시간은 바이든과 트럼프 편이 아니다'라는 명백한 두려움 앞에 무너져 내린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4월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맡을 만큼 정신적으로 예리하고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답한 미국인은 3명 중 1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트럼프는 사정이 나아서, 그의 정신 건강을 확신한다는 사람이 54%, 대통령이 될 만큼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사람이 64%였습니다.
 

바이든-트럼프 모두 장수 집안…'대외 활동' 주목

사실 이런 우려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근로 능력이 떨어지고 질병과 사망의 위험은 꾸준히 증가합니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에 80대의 6%만이 노동 인구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화는 개인 차가 큽니다. 모든 60대가 70대보다 건강한 건 아닙니다. 이는 유전과 관계가 깊은데,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아버지는 86살, 어머니는 92살까지 산 장수 집안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어머니가 88살, 아버지가 (노후에 알츠하이머를 앓긴 했지만) 93살까지 살았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만난 5명의 전문가 중 4명은 바이든과 트럼프가 심각한 질병이나 부상을 겪지 않는 한 2025년부터 2029년까지 다음 임기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인지적, 신체적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1명만이 누가 얼마나 건강할지 예측하기는 너무 어렵다고 말했지만 바이든과 트럼프가 보통 사람들보다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는 동의했습니다.

결국 양질의 의료 서비스와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려할 때 의학이나 데이터상으로는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다음 임기를 별 탈 없이 마칠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미국 유권자들이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늘고 있는 대외 활동이 이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걸로 보입니다. 내년 대선 때까지 바이든과 트럼프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우리나라와 무관치 않은 일이니 한 번쯤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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