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치료제 ‘SGLT-2 억제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완화에도 효과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SGLT-2 억제제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증상 완화에도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은 차봉수·이용호·이민영 내분비내과 교수와 한대훈 간담췌외과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의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메타볼리즘(Metabolism)’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5년부터 4년간 세브란스병원에서 간암·담낭염 등으로 간 또는 담낭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을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 있는 29명과 해당 질환이 없는 환자 15명으로 나눠 이들의 간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있을 경우 간에서 당을 세포 안으로 운반하는 단백질인 SGLT-2와 함께 세포 안에서 당과 결합된 단백질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유발한 쥐를 관찰했을 때도 해당 쥐는 실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앓는 환자와 동일한 단백질 변화 양상을 보였다. 게다가 쥐의 간에서는 간세포가 스스로 병든 조직과 노폐물을 청소하는 ‘자가포식 기능(autophagy)’이 떨어지고 염증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을 확인했다.
이후 이들 쥐에게 SGLT-2 억제제를 투여했을 때 SGLT-2를 비롯해 당이 결합된 단백질의 발현량이 줄어들고, 간세포의 자가포식 기능이 회복되며 염증 반응도 완화됐다. 연구진은 앞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유발한 결과 간세포 안으로 들어간 당의 양이 증가해 간이 자정작용을 할 수 있게 하는 단백질의 자가포식 기능이 떨어졌다고 해석했다. 이 상태의 간에 SGLT-2 억제제를 투여해 나타난 변화 양상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보인 것이다.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처방하는 SGLT-2 억제제는 본래의 혈당 조절 효능 외에 일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개선 효과도 나타낸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여기에 지방간질환 환자의 간세포 내 포도당 축적량을 줄이며 염증반응을 완화하는 효과 또한 보일 수 있다는 연구가 추가된 셈이다. 축적된 지방으로 간이 손상돼 염증이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앓으면 10년 안에 간경변이 발생할 확률은 최대 29%에 달하고, 이 경우 간암 발병률도 최대 27%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은 전 세계 인구의 약 20%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질환에 대해 승인한 치료제는 아직 없다.
차봉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당뇨병 치료제 SGLT-2 억제제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증상도 완화한다는 의학적 근거와 기전을 제시한 첫 연구로 의미가 있다”며 “최근 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의 증가로 유병률이 함께 오르고 있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예후를 개선해 간경화와 간암 등으로의 악화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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