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난제 '상온 초전도체' 구현 한국 연구팀 논문…학계 '회의적'

박정연 기자 2023. 7.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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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논문을 두고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윤상 한국물리학회 이사는 "상온 초전도체를 구현했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은 지금도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이번에 발표된 한국 연구팀의 논문은 동료검토를 거치지 않은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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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신뢰성·동료검토 생략으로 논란 …"재현 실험 통해 검증돼야"
2020년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이 상온 15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고 주장한 초전도체. 미국 로체스터대 제공

한국 연구진이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 논문을 두고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정 온도 이하에서만 전기저항을 잃는 초전도체가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물리학계를 뒤흔들 만한 발견이 된다.

상온 초전도체를 구현했다고 주장하는 이번 논문은 동료검토(피어리뷰)와 학술지 게재를 생략해 학계에선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논문에서 제시한 데이터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의견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연구팀이 지난 22일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아카이브'에 공개한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한 논문 2편이 학계를 달구고 있다. 연구팀은 이 논문을 통해 "세계 최초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의 상태인 물질이다. 양자컴퓨터와 핵융합발전에 핵심적인 물질이며 물리학적으론 입자가 질량을 갖게 되는 메커니즘의 단서다.

1911년 처음 발견됐을 당시 절대 온도 4K(약 영하 269도)에서 일어난 초전도현상은 그동안 영하인 초저온 환경에서만 구현돼왔다. 2020년 랑가 디아스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5도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에도 연구팀이 제시한 초전도 물질은 아주 높은 압력에서만 초전도 현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연구팀이 논문의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022년 네이처는 해당 논문을 철회했다.

이번에 한국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납을 이용해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물질을 구현했다. 납과 구리, 인회석(육방정계의 결정형을 가진 인산염 광물)을 사용해 새로운 결정구조인 'LK-99'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LK-99는 400K(약 127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해외 학계에선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이클 노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은 "이 논문의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제시한 방식의 일부는 수상하다"고 말했다. LK-99에 사용된 납과 구리 원자는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어 구리 원자를 납 원자로 대체하는 연구팀의 방식은 물질의 전기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먼 연구원은 해당 실험 결과를 재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실험 결과의 데이터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은 또 있다. 나댜 매이슨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너-섐페인 교수는 "연구팀은 적절한 데이터를 취하고 정확한 제조 기술을 제시했다"고 말하면서도 "데이터는 다소 부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입증되기 위해선 같은 실험 결과가 재현돼야 한다고 말한다. 노먼 연구원은 "납과 인회석은 쉽게 합성할 수 있는 물질로 실험을 재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험 결과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빠르면 1주일 안에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 학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윤상 한국물리학회 이사는 "상온 초전도체를 구현했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은 지금도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이번에 발표된 한국 연구팀의 논문은 동료검토를 거치지 않은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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