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깜빡깜빡하는 건 나이 탓일까…'나이가 든다는 착각'

이은정 2023. 7. 2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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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나이가 들어서 말하려는 단어나 사람 이름이 생각이 안 나."

중년에 접어든 사람 대부분은 사소한 건망증에도 나이 탓을 하기 일쑤다.

기억이 잠깐씩 가물가물해지는 순간은 젊은 날에도 찾아왔겠지만 나이가 들면 몸이 부실해진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화심리학자 베카 레비 예일대 공중보건 및 심리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뇌는 퇴화할 수밖에 없다는 흔한 고정관념이 알고 보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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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연령인식이 수명 결정…"노인에 대한 고정관념 깨야"
책 표지 이미지 [한빛비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이젠 나이가 들어서 말하려는 단어나 사람 이름이 생각이 안 나."

중년에 접어든 사람 대부분은 사소한 건망증에도 나이 탓을 하기 일쑤다. 기억이 잠깐씩 가물가물해지는 순간은 젊은 날에도 찾아왔겠지만 나이가 들면 몸이 부실해진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화심리학자 베카 레비 예일대 공중보건 및 심리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뇌는 퇴화할 수밖에 없다는 흔한 고정관념이 알고 보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젊은 뇌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신경가소성(새로운 신경 연결을 형성하는 능력)은 노화가 진행되는 내내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늘고 있고, 어떤 종류의 기억력은 노년기에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레비 교수가 펴낸 '나이가 든다는 착각'(한빛비즈)은 노화가 생물학적 과정을 뛰어넘는 사회적, 심리적 과정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연령 인식이 노년의 신체 기능에 더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소"라며 마음과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려면 노인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노인은 '연약해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인지 능력이 필연적으로 떨어진다', '직장에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같은 인식이다.

책은 긍정적인 연령 인식이 노화와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최신 연구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메릴랜드의 국립노화연구소가 30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정적인 연령 인식을 가진 고령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44% 증가했고 긍정적인 연령 인식을 가진 고령은 10% 감소했다.

저자의 연구팀이 찾은 사례들은 노인에 대한 통념을 깬다. 여든살에 처음 수영을 시작한 텍사스의 정치인, 아흔살부터 수영 기록을 27개나 세운 여성 등은 노화를 대하는 태도에 힘입어 신체 기능을 향상시켰다.

91살에 철인삼종경기를 완주한 미국의 마돈나 뷰더 수녀는 노인 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지혜와 은혜, 달리기와 기회, 숙성된 와인"을 꼽았다.

저자는 청년에게만 국한되는 도전과 전성기에 대한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기를 제안한다.

이마누엘 칸트는 50대 후반~60대에 중요 저작물을 다수 집필했다. 미켈란젤로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50년 전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피에타를 조각했다.

아울러 연령 인식에 대한 부정적인 근원을 없애려면 집단의 연령 차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TV 프로그램, 책, 광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노화는 피해야 하는 것, 주름은 아름답지 않은 것, 늙은 사람은 가치가 떨어진다는 메시지를 흡수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아가 의료계, 정부 시스템, 교육계, 대중문화, 미디어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연령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런 차별에 대한 저항 사례가 모이면 그가 꿈꾸는 연령 해방 운동이, '노인을 록스타처럼' 보는 것이, 더는 이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김효정 옮김. 380쪽.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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