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도 중국·러시아 '밀착'… 한미 향해선 "적수들에 경고"(종합)

양은하 기자 2023. 7. 2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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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양국 대표들과 주석단에… 신형 무인기 비행
연설은 강순남 국방상이 맡아… '수위 조절' 해석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7일 전승절 열병식을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관람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 제70주년을 기념해 27일 오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했으나 따로 연설하진 않았다.

대신 김 총비서는 이번 전승절 경축행사에 초청한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나란히 주석단에 올라 열병식을 지켜보며 북중러 간의 '밀착·연대'를 과시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이번 전승절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을 겨냥, "자멸적 최후의 선택을 했다" "적수들에 경고한다"며 재차 위협을 가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공화국(북한)의 영원한 전승의 명절인 27일 저녁 수도 평양에서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승리 70돌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됐다"고 2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 대신 이번 열병식 연설에 나선 강 국방상은 최근 북한의 핵위협에 따른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과 미군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 등에 대해 오히려 "공화국(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으로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 사상 초유의 핵전쟁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장난질을 그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국방상은 "(한미가) 우리 국가(북한)를 목표로 한 핵전쟁 흉계를 실천 단계에서 추진시키고 있다. 저들의 운명을 끝장낼 자멸적인 최후의 선택을 했다"는 말로 한반도 일대 군사적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미 양측에 떠넘기면서 "우리 무력도 자기 사명과 임무를 가장 뚜렷이 천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 혁명 무력은 국가의 자주권과 안전을 군사적으로 침해하려 드는 행위들을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저지시키기 위한 무력 대응을 더욱 공세적으로 행사해갈 것"이라며 "만일 미합중국이 공화국에 대한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여직 상상해 보지 못한 직면해 보지 못한 위기를 당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그는 '강력한 전군의 전쟁 준비 완성 담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총비서가 이날 열병식에서 직접 연설하는 대신 강 국방상을 내세운 건 한미에 대한 위협을 이어가면서도 발언 주체의 '격'(格)을 낮춤으로써 나름 수위를 조절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강 국방상이 연설에서 김 총비서의 의중이 반영돼 있음을 뜻하는 "위임에 따라" 대신 "난 국방상으로서"란 표현을 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27일 밤 오후 열린 북한 '전승절' 기념 열병식 중 핵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 총비서는 작년 '연말 전원회의' 당시 대남·대미 '강 대(對) 강' 기조를 재천명한 이후 그간 별다른 이렇다 할 대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북한은 이날 김 총비서 양옆에 러시아 측의 전승절 경축 대표단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중국 측 단장 리훙중(李鴻忠)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을 나란히 서도록 함으로써 '중·러 양국과 함께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 앞서 김 총비서과 쇼이구 장관이 지난 26일 '무장장비전시회-2023'를 둘러보고, 또 중국·러시아 양국 대표단과 나란히 앉아 전승절 기념공연을 관람한 사실 등도 잇따라 공개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 최근 수년간 개발해온 신무기들을 대거 동원했다. 특히 열병식 시작에 맞춰선 전날 '무장장비전시회'를 통해 처음 공개한 신형 무인기 비행을 실시하기도 했다.

신문은 "새로 개발 생산돼 우리 공군에 장비하게 되는 전략무인정찰기와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가 열병 광장 상공을 선회하며 시위 비행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열병식 사진 중엔 북한이 개발했다는 핵무인 수중 공격정(핵어뢰)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도 보인다. 북한은 올 3~4월 '해일'의 수중폭파 시험에 성공했다 밝혔으나 그동안엔 물 밖에 있는 '해일'의 모습을 공개한 적이 없다.

이외에도 이번 열병식엔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현존하는 ICBM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화성-17형' 등도 동원됐다.

북한은 27일 오후 8시쯤 이번 전승절 기념 열병식 식전행사를 시작해 오후 9시30분쯤 본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이후 모든 열병식을 오후 또는 심야에 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인민군(북한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와 달리 김 총비서 부인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는 김 총비서가 자리한 주석단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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