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유레카] 교육의 목적은 대학 입시 아닌 ‘직업’

이정아 기자 2023. 7.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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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
이수형 교수의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ㅣ이수형 지음ㅣ김영사ㅣ288쪽ㅣ1만6800원

“자녀들이 사회에 진출할 무렵에는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 또는 프로그램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환경, 즉 정형화된 데이터가 없는 환경에서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리는 창의적인 능력,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적, 감정적, 육체적인 실력을 길러야 한다.”

“자녀 교육비는 늘고 있는데 자녀가 취업할 확률도 낮아지고 취업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자녀 교육비 지출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부모의 은퇴 시기나 점차 길어지는 수명을 생각하면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초중고 성적이 좋지 않았던 사람도 성인이 되어서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많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잡으려면 자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자존감을 높게 가져야 한다.”

“자녀가 한국의 수학 교과를 포기할지언정 숫자나 수리에 대한 흥미까지 잃게 두어서는 안 된다. 현대 사회, 그리고 급격하게 바뀌는 미래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데 숫자와 수리에 대한 공부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저서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를 통해 “자녀 교육의 목적은 대학 입시가 아닌 ‘직업’”이라며 “급변하는 시대에 미래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직업을 목표로 두고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모아 이 책에 담았다.

한국의 수많은 학부모들은 자녀가 유치원에 들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3년 동안 교육에 헌신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영어를 우리말처럼 잘 할 수 있을까, 국영수 등 주요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숙제다. 하지만 인생은 대학 입시에서 멈추지 않는다. 대학 생활을 잘 보내야, 본인이 원하는 진로에 나아갈 수 있고 또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저자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차석으로 합격한 ‘황금 스펙’을 자랑한다. 게다가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랜도상’을 수상했고,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경제학과 교수였으며, 구글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데이터 분석 경진대회 ‘캐글’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기도 했다. 남들은 하나둘 갖기도 힘든 이력을 줄줄이 갖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나는 한국에서 ‘괜찮은 스펙’을 쌓은 사람이었지만 막상 미국에 도착해 세계 각국에서 온 내로라하는 인재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내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면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법,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만드는 법, 생각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말하고 글로 표현하는 법 등의 기술을 유학 기간 내내 시행착오를 거치며 혼자 체득해야 했다”며 “이것을 교육 과정을 통해서 차근차근 제대로 교육받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며 아쉬워 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현재 서울대 교수인 저자는 “한국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으로 무장한 친구들’이지만 인간적인 성숙도나 한국어, 영어 구사력, 그리고 수리 능력은 모두 부족하다”며 “특히 본인이 원하는 진로가 무엇이며 그 진로로 나아가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자신의 차별화된 능력을 어떻게 키울지 판단하는 ‘전략적 사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저자는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영어가 필요하지만 영어 발음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라”며 “오히려 우리말과 영어 모두 문해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릴 때부터 글을 빨리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라고 강조했다.

또한 저자는 자녀가 절대 수학을 포기하는 사람, ‘수포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며 일부 일자리를 대체할 미래에는 데이터 처리 등 수학을 잘하는 인재에 대한 수요도 점점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략적인 사고 없이 수학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문과를 선택한다면 대학 입시를 하기도 전에 이미 미래의 취업에 있어서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저자는 “자녀 교육의 큰 목표는 자기 생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사회인으로 키우는 것”이라며 “이 책을 통해 부모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고 그 자녀들이 미래를 잘 준비하도록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자녀가 성장하는 데 부모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를 이어가는 내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자녀에 대한 신뢰와 격려, 관심과 안정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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