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청주시 신고만 10번"…"수많은 기회 살린 기관 없었다"(종합)
미호천교 아래 부실 임시제방 '선행 요인'…당일엔 기관들이 경고 무시
미호천교 공사 감리단장, 행복청·청주시·112에 수 차례 '범람 위험' 신고
당일 112·119 신고 3건·전날 119 신고에도 조치 없어…직위해제 등 인사조치 추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지난 15일 사상자 24명이 발생한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미호강 미호천교 다리 공사 현장의 부실 관리와, 지자체 등 관계 기관이 계속된 경고를 무시한 상황이 겹치면서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와 관련해 지난 17∼26일 충청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95명을 대상으로 감찰 조사를 실시한 국무조정실은 28일 청주시 관계자 6명과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5명 등 18명을 대검찰청에 추가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로 수사 의뢰된 인원은 36명으로 늘었다.
수사 의뢰와 별도로 과실이 확인된 5개 기관 공직자 63명은 소속기관에 통보해 징계 등 조치하게 할 예정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미호천교 아래 부실 제방이 '선행 요인'…당일에는 '경고 무시'
국무조정실은 이번 사고 원인으로 선행 요인과 당일 조치 미흡이 동시에 작용했다고 밝혔다.
먼저 궁평2지하차도 인근에 있는 미호강에서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면서 미호천교 아래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 제방을 쌓은 것, 그리고 이를 지자체 등이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사고 선행 요인으로 지적됐다.
제방이 부실한 상황에서 폭우가 쏟아지자 미호강이 범람, 지하차도가 속절없이 물에 잠겼다는 설명이다.
국무조정실이 사고 전후 사실관계를 따져본 바에 따르면 청주에는 사고 이틀 전인 13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전날인 14일 낮 12시 10분에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또 미호천교 지점은 사고 전날 오후 5시 20분에 이미 홍수주의보가 발령됐고, 사고 당일 새벽 4시 10분에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홍수경보가 발령됐는데, 지자체나 소방 당국 어느 한 곳도 필요 조치를 하지 않았다.
미호강 수위도 점점 높아져 사고 2시간 전인 오전 6시 40분에는 물 높이가 미호천교의 계획 홍수위인 해발수위 29.02m에 도달했지만 지하차도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한폭탄'인 임시 제방이 겨우 버티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지한 주민들이 112·119에 여러 차례 신고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1시간여 전인 오전 7시 4분과 7시 58분에 112 신고가 들어왔고 7시 51분에는 119 신고가 접수됐지만 누구도 필요 조치를 전달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여러 차례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호천교 공사의 감리단장 A씨는 공사 책임기관인 행복청에 7차례 전화와 모바일 메신저로 범람 위험을 신고했다. 사고 당일 112 신고 2건도 A씨가 했다.
충북도는 행복청으로부터 3차례, 청주시는 A씨와 경찰청 등으로부터 총 10차례나 신고를 받았는데도 조치하지 않았다.
국조실 관계자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린 기관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사고 40분 전인 오전 7시 50분, 미호천교 부근 임시 제방 쪽에서 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한 번 넘친 빗물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20분 만인 오전 8시 9분께 임시제방이 아예 무너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부터 약 18분 후인 오전 8시 27분께부터 궁평2지하차도에 강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13분 뒤인 오전 8시 40분에는 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1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방 실장은 "여러 기회가 있었는데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비극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충북도와 도로관리소 등은 재해·재난훈련이 발생했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교육 훈련을 하고 있지만, 전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 실장은 "사고 당일 여러 신고가 접수돼 상황이 굉장히 복잡했던 것은 이해하나 사고 원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신고 지령과 관련해 지점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총 36명 수사 의뢰…간부급 공무원 12명 포함
국무조정실은 앞서 지난 21일에 충북경찰 6명, 24일에 충북도와 행복청 관계자 등 12명을 대검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이번에는 앞선 의뢰 대상에 들어가지 않은 기관인 청주시 관계자 6명과 충북소방본부 관계자 5명이 포함됐다. 민간인인 미호천교 공사 현장 관계자 2명도 수사 의뢰됐다.
간부급 공무원인 실장·국장·과장급은 12명이 포함됐다.
국무조정실이 기관별로 적발한 내용을 보면 우선 청주시는 유관 기관들에서 미호강 범람 관련 위기 상황 통보를 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소방본부는 119 신고에 따라 범람 현장에 출동한 유일한 기관이지만, 현장 요원이 상황 보고를 했는데도 119종합상황실이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하지 않았다고 국무조정실은 지적했다.
게다가 사고 전날 오후 5시 21분에도 충북소방본부 119상황실에 미호천교 임시제방 관련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유관 기관에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은 공사 중이던 미호천교 아래 부실한 임시 제방이 설치된 것에 대해서는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를 발주한 기관인 행복청과 공사 현장 관계자인 감리단장, 시공사 대표에 책임을 물었다.
충북도는 궁평2지하차도 관리주체이자 교통통제 권한을 가진 기관인데도 제대로 통제를 실시하지 않아 4명이 수사 의뢰됐다. 이전에 수사 의뢰된 인원까지 모두 9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충북경찰청은 이번 수사 의뢰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충북경찰청은 두 차례 미호천교 범람 및 궁평지하차도 통제 관련 112 신고를 받고도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출동한 것으로 종결 처리해 6명이 수사 의뢰됐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수사의뢰·징계요구와 별도로 직접적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관리자는 직위해제 등의 인사 조처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 실장장은 "수사의뢰 대상이 안 됐더라도 모든 관련기관에서 지위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으면 인사 조처를 요청할 것이고, 정무직도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정부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해서는 "외부 재난 전문가 포함 등 재난대응 거버넌스 강화, 지하차도 통제기준 개선, 진입 차단시설 설치 확대·의무화, 하천 정비, 산사태 취약지구 관리제도 재검토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재난 대응 부서 근무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능력과 역량이 있는 근무자들이 충분한 교육 훈련을 통해서 어떻게 대응할지 숙지된 상황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 개선도 개선 방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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