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월드컵 현장] 벨 감독, “고강도는 세계적 흐름...발전 없으면 따라 잡힌다”
“고강도는 미국, 유럽 축구에서 일반적인 개념입니다. 선수들을 온실 속 화초처럼, 다정하게만 대하다가 실전에서 얻어맞으면 지도자는 ‘왜 나를 강하게 키워주지 않았느냐’는 말을 듣게 될 겁니다”
콜린 벨(62)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은 28일 오전 호주 시드니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마친 후 “감독이라면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도 지켜봐야 한다.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에 계속 노출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세계 17위)은 지난 25일 콜롬비아(25위)와 벌인 2023 FIFA(국제축구연맹)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2로 패했다. 30일 2차전 상대는 모로코(72위). 모로코는 독일(2위)에 0대6으로 크게 졌다. 대표팀은 29일 결전지 호주 애들레이드로 이동해 마지막 훈련을 가진 후 경기에 나선다.
‘고강도’는 벨호를 설명하는 단어. 벨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들을 한계에 몰아붙이는 훈련을 이어갔다. 그는 전날 B조에서 나이지리아(40위)가 개최국 호주(10위)를 3대2로 잡은 걸 예시로 들며, “그 경기는 강도, 피지컬에 의해 결정됐다. 우리가 발전하지 않으면 강도 높은 훈련을 한 다른 국가들에게 따라잡히고 만다”고 말했다. 또 “한국 여자 축구 시스템이 전부 바뀌어야 한다. 어린 레벨부터 대학교까지 하나의 틀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자신의 철학을 말했다.
거시적 이야기도 했지만 당장 급한 건 모로코전. 벨 감독은 “선수들에게 ‘순간적인 판단력,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콜롬비아전에서 이금민(29·브라이턴)은 좋은 크로스를 받고 골로 연결하지 못한 후 “당시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간결하게 슈팅했어야 한다”며 자책한 바 있다. 벨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 차분하면서도, 좋은 판단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전날 선수들이 측면에서 공을 주고받으며 전개한 후, 크로스를 올려 마무리하는 연습을 반복했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전날에 이어 공격 위주 훈련을 했다. 골대를 중앙선으로 옮겨 그라운드를 반만 활용, 빠른 공격에 나섰다. 박은선(37·서울시청)이 가장 앞에서 공을 받아 슈팅을 날렸다.
악재도 있었다. 류지수(26·서울시청)가 박은선의 슈팅을 막는 과정에서 왼쪽 발목 부상을 당했고, 그는 통증을 호소하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코치진에 업혀 그라운드를 빠져 나간 뒤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류지수는 김정미(39·인천현대제철), 윤영글(36·BK 헤켄)의 백업 자원으로 이번 월드컵에 참가했다. A매치(국가 대항전) 경험은 없다. 부상 정도에 따라 류지수가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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