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오심이라고?' 女 당구 첫 우승의 원동력은 "자는 시간 빼고 이 악문 훈련"
프로당구(PBA) 전용 구장 1호 우승자가 탄생했다. 여자부 백민주(크라운해태)가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개인 통산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백민주는 2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끝난 '하나카드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세연(휴온스)을 눌렀다. 절친 대결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4 대 3(11:0, 1:11, 2:11, 7:11, 11:7, 11:6, 9:3) 짜릿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PBA 출범 시즌부터 4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백민주는 지난 시즌 5차 투어인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첫 결승 진출을 이뤘지만 히가시우치 나츠미(일본∙웰컴저축은행)에 막혔다. 그러나 7개월 만에 다시 결승에 올라 기어이 우승을 일궈냈다.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세트 스코어 1 대 3,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하며 무서운 뒷심으로 정상에 올랐다.
백민주는 9이닝 연속 6득점 등 1세트를 11 대 0으로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상대는 초대 왕중왕전 챔피언 등 통산 3승에 빛나는 김세연이었다. 2세트 하이 런 9점을 몰아치며 반격한 김세연은 3세트도 8이닝 만에 11 대 2로 이겼고, 4세트도 접전 끝에 11 대 7로 가져갔다.
하지만 백민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5세트를 7 대 7로 맞선 13이닝째 폭풍 4점을 몰아쳐 11 대 7로 이겼다. 분위기를 바꾼 백민주는 6세트를 9이닝 만에 11 대 6으로 따내 승부를 마지막 세트로 몰고 갔다.
기세가 오른 백민주는 7세트 3 대 3으로 맞선 7이닝 3점을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이어 8이닝째 옆돌리기를 성공시킨 뒤 어려운 배치에서 절묘한 짧은 3뱅크 샷으로 대접전을 마무리했다.
특히 오심 논란을 딛고 이뤄낸 우승이라 더 값졌다. 백민주는 정은영과 4강전에서도 5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는데 오심 의혹이 일었다.
마지막 5세트 7 대 7에서 정은영이 1뱅크 샷 넣어치기를 구사했는데 수구가 코너에서 곧바로 대각으로 굴러 적구에 맞았다. 그러나 심판은 3쿠션이 아닌 2쿠션으로 판단해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애매한 상황이었다. 수구가 장쿠션과 단쿠션을 동시에 접촉한 듯도 보였지만 단쿠션만 맞고 올라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은영은 고개를 갸웃거린 뒤 혼잣말을 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정은영이 심판에 어필을 했다면 비디오 판독을 할 수도 있었다. 득점으로 인정된다면 승리를 거둬 결승으로 갈 수 었었던 상황이었지만 정은영은 판독 신청을 하지 않았다. 결국 백민주가 16이닝째 1뱅크 샷을 성공시켜 결승에 진출했다.
이에 일부 당구 팬들은 유튜브 중계 댓글과 커뮤니티를 통해 오심이라고 주장했다. 결승 진출 여부가 갈리는 중요한 순간이라 논란이 커졌다.
앞서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와 권발해의 32강전에서 오심이 정정된 사례가 있던 터였다. 스롱이 뒤돌리기를 시도했는데 수구가 장쿠션에 접촉하지 않고 단쿠션만 맞고 이동하다 반대편 단쿠션을 맞고 역회전으로 올라와 적구를 맞췄다. 심판은 득점을 인정했지만 비디오 판독을 거쳐 2쿠션으로 판정돼 번복됐다.
4강전 오심 논란에 대해 PBA 장재홍 사무총장은 "경기 후 내부 회의를 거쳐 해당 장면을 정밀 분석했다"면서 "그 결과 2쿠션으로 정심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위원장이 해당 장면에 대해 '3쿠션이었다면 그런 궤적이 나오지 않고, 반대편 장쿠션을 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2쿠션이었기에 곧바로 적구로 향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은영은 수구를 타격할 때 회전을 많이 구사했다. 장쿠션-단쿠션 순으로 맞았다면 비교적 각이 크게 꺾었을 터였지만 수구가 향하는 각은 크지 않았다. 다만 한 당구 팬은 "동시에 두 쿠션이 이뤄졌다면 그런 궤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어필하지 않았다. 장 총장은 "애매한 상황이면 심판에게 요청하면 비디오 판독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정은영도 2쿠션임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세미 세이기너(튀르키예·블루원리조트) 등 노련한 선수들은 이런 상황에 대부분 심판에게 어필하지만 정은영의 큰 경기 경험이 살짝 부족했던 점은 아쉬울 수 있다.
경기 후 백민주는 경기 후 "아직도 너무 얼떨떨하다. 드디어 노력한 결과가 나왔구나 싶어서 제 스스로도 뿌듯하고 잘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간 우승이 너무 간절했고 후원해주시는 크라운해태(회장 윤영달)에 보답하고 싶었다"면서 "하루에 6~7시간 자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에 이를 악물고 훈련했는데 그 결과를 본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고 강조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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