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전 605억 '신의 타이밍' 잡은 키움 김익래, 검찰 칼날 위에 섰다
증권사 오너가 '지분동향 보고 없었다' 변명…신빙성 떨어져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검찰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연루 혐의와 관련해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키움증권 및 김익래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중이다.
김 회장의 피의자로 입건으로 키움증권(039490) 최대주주 입지도 큰 도전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수사결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기게 되며, 이 경우 회사가 지난 수년간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초대형IB' 인가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키움증권에 대한 경영권에도 중대한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
◇'우연이었다' 변명했지만…증권사 오너가 정말 몰랐나 김익래 전 회장은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4월20일 다우데이타(032190) 주식 140만주(3.56%)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팔았다. 이때 확보한 현금은 605억원 규모다.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는 라덕연 전 H투자자문대표가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한 통정거래 방식으로 수년간 주가조작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다 반대매매가 나오면서 표면화된 사건이다.
라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김익래 전 회장이 하한가 사태의 주범이라며 노골적으로 저격했다. 주가조작 주범인 라씨의 주장에 신빙성은 떨어진다.
김 전 회장도 라덕연의 이같은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다우데이타 블록딜 입금내역서를 제시하며 "폭락 직전 매도한 것이 아니라 4월초부터 매도를 진행한 것이며 블록딜 거래 성사 시점이 (우연히 폭락 직전인) 4월20일에 성사됐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 측이 매도 일자를 정한 것이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의 일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증권사 오너인 김익래 전 회장이 주가의 이상 급등과 반대매매 물량 위험수위 및 이에 따른 하락 조짐 등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일반기업도 투자 및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동향 보고를 주단위, 월단위, 분기단위로 최고경영자에게 하는데, 하물며 증권사 오너가 자신이 직접 보유한 지분의 동향보고를 받지 않고 정황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는 사건 발생 직후 기자들에게 '회장님은 아무것도 몰랐다. 직을 걸겠다면서 상속세 마련 차원이라고 발언을 했는데, 오히려 이런 어설픈 변명이 의혹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상속세 마련하려고 600억 지분매도 '어설픈 변명'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가 김 회장의 주식 매도 목적을 '지분 증여에 따른 세금 납부' 용도였다고 항변한 것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장남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비롯한 3남매에게 다우데이타 주식 200만주를 증여했다. 당시 증여가액은 1주당 1만3400원으로 277억원 규모다. 이에 대한 증여세는 14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증여세,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을 매도했다는 김익래 회장이 챙긴 현금은 605억원이다.
증여세는 자녀들이 내야 하는데 아버지가 지분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 대신 내준다면 이 또한 '양도와 증여'다. 세금이 자꾸 불어나는 구조인 것이다. 회사의 해명이 여러모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김 회장은 지분 양도를 한창 진행한 이후인 지난 2022년에 다우데이타 주식을 총 3만4855주 추가 매수했다. 김 회장이 지분을 늘린 건 2008년 4월22일 이후 14년 만이다.
증여세를 내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면서 그에 앞서 지분을 추가 매수한 것 역시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보유 지분을 자녀에게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 매수를 하면 역시 또 세금만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주주 적격성 도마위…초대형IB 멀어져
김익래 전 회장은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지난 5월4일 다우데이타 회장직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 등에서 모두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김 전 회장은 다우키움그룹의 최대주주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검찰수사로 혐의가 드러나고 처벌을 받게 된다면 키움증권의 각종 인허가 사업에 제동이 걸릴 확률이 높다.
우선 키움증권이 금융위원회에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하려던 계획은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당초 지난해 연말 초대형IB 인가 조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하면서 사내에 인가 TF를 구성하고 상반기 내 인가신청을 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주가조작 사태가 터지면서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키움증권에 대한 어떤 인허가 신청도 접수된 것이 없다"고 확인했다.
초대형IB 및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김 전 회장의 수사과정에서 혐의점이 발견되면 키움증권은 현행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걸려 인가가 불가능해진다. 김 전 회장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최대주주 지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금융정책에 정통한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때 대주주 적격성에서 '부적격' 판정이 내려지고 인가 보류 등 결정이 나지만 수사·조사 등이 진행될 때는 적격/부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때문에 사실상 수사가 종료되고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인가 심사 자체도 보류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최대주주인 김익래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진위와 별개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조차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최악의 경우 지분 강제매각…경영권 흔들
강화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최근 5년 이내에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금융당국의 시정명령이나 10% 이상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최대 5년간 제한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법인이면 해당 법인의 최다 출자자인 개인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에 포함되고, 금융사의 지배구조가 순환출자형 지배구조일 경우 경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그룹 총수가 심사 대상에 들어간다.
키움증권의 경우 다우기술(023590)이 41.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법에 따라 법인이 최대주주이면서 법인의 최다 출자자 개인인 김익래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이 된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 대주주에게 심각한 결격사유가 발견되면 최악의 경우 지분 강제매각 등의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면서 "키움증권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현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벌금형' 이상의 처분만 나와도 의결권 정지 등 대주주 지분에 대한 규제조치는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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