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격차 전략·다자협정 활용… 무역 새판짜야”
“중간재 수출서 탈피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승부해야
CPTPP 가입 가장 효과적
IPEF에도 적극 참여해야” 끝>
6명의 중국·통상 전문가들은 세계 무역질서가 일대 대변환을 맞게 될 것이며 중국에 편중된 우리의 수출구조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시장 발굴과 시장 다변화는 물론 서방 선진 동맹국과의 경제적 연대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첨단·고부가가치 상품의 주력화, 희토류와 같은 전략 자원에 대한 새로운 공급처도 확보하는 등 시급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28일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자국 중심의 산업재편에도 불구, 중국에 계속 의존해온 한국의 현행 수출 정책에 대대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의존도 줄이기는 오래전부터 고민하던 문제”라며 “대중 수출의 80% 정도가 중간재였는데, 중간재 수요가 중국 시장에서 줄어들면서 이젠 한국 제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일이 가장 어려운 사안”이라며 “과거처럼 우리가 중간재를 수출해 중국에서 최종 생산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한한령’ 등의 조치와 ‘자국 제품 대체’ 등 정책 변화와 불안정성 역시 우리가 시장 다변화와 서방 선진국과 손을 잡아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경제관리체제 공고화에 대해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 한·미·일 공조와 서방 진영으로의 방향 전환을 통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는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 발굴과 새로운 질서 속 다자간 협정은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중간재의 중국 대체 시장은 베트남 등 동남아 쪽이 유망하기에 우리가 지금의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베트남 FTA보다 개방 수준이 높은 CPTPP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베트남 시장은 일본과 유럽연합(EU)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남아나 인도가 대안적인 성격이 있긴 하지만 베트남도 공산주의 국가고 인도도 규제가 많고 관료주의적”이라며 “차라리 멕시코나 브라질, 미국이나 캐나다 등 규제가 강하지 않으면서 큰 시장을 중심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남석 교수는 “인도·남미·아프리카 등 신흥개발도상국 시장으로의 다변화 및 시장 확장은 글로벌 5대 수출국으로 올라선 한국 입장에선 당연한 경로”라고 강조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우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은 다자간 FTA에 참여했는데 이 같은 소(小)다자 플랫폼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우리 수출 위기 탈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첨단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 중심으로의 산업 체질 개선을 꼽았다. 강준영 교수는 “(다른 나라들이) 한국산 제품을 필요로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인공지능(AI)에 초점을 맞추고, 배터리 분야도 경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인교 교수는 “정부의 산업정책이 보조금을 주던 출연연구기관과 기업이 기술협력을 강화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남석 교수는 “첨단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 중심으로의 산업 체질 개선은 우리에겐 일종의 체급 상향 조정으로, 제조업 고도화는 선진국으로서 수출중심 국가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허윤 교수는 “중국이 보유한 희토류 전략물자 공급 문제가 우리 기업들에는 고민이 큰 부분”이라며 “핵심 원자재 대안 공급망을 마련해야 하는데 국가가 조인트 벤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민·박수진·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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