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화가’ 변월룡[오후여담]

2023. 7. 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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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호랑이를 쫓아 연해주를 유랑했지만, 너만은 꼭 고국으로 돌아가 살아라."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 화가 변월룡(1916∼1990)이 어린 시절에, 이주민 사냥꾼이던 할아버지에게 들어 가슴에 각인된 말이라고 한다.

러시아 유학 중에 그의 작품을 보고 크게 감명받아 미술평론가로 전업한 문영대 전 경남대 미술교육과 겸임교수가 그의 삶과 예술을 깊이 연구해, 그해에 펴낸 책 '우리가 잃어버린 천재 화가, 변월룡'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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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나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호랑이를 쫓아 연해주를 유랑했지만, 너만은 꼭 고국으로 돌아가 살아라.”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 화가 변월룡(1916∼1990)이 어린 시절에, 이주민 사냥꾼이던 할아버지에게 들어 가슴에 각인된 말이라고 한다. 러시아 미술계 거목(巨木)으로 활동하면서 ‘한글 이름’을 평생 고집하고, 모든 작품에 표시하며, 묘비에도 새기라는 유언을 남긴 그가 국내에 처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2년이다. 러시아 유학 중에 그의 작품을 보고 크게 감명받아 미술평론가로 전업한 문영대 전 경남대 미술교육과 겸임교수가 그의 삶과 예술을 깊이 연구해, 그해에 펴낸 책 ‘우리가 잃어버린 천재 화가, 변월룡’ 덕분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재인 소나무를 즐겨서 표현하고, 6·25전쟁 역사의 아픔을 기록화로 남겼으며, 수많은 한국인의 인물화도 그린 그의 작품에는 한국 정서가 가득하고, 고국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배어 있다’며 소개한 문 전 교수의 끈질긴 노력으로 국내 첫 변월룡 전시회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렸다. 소련 체제에서 휴전협정 직전에 파견된 북한에서 1년3개월을 보내며 현대 미술을 이식하고 평양미술대 학장 등으로 활동했지만, 이질 치료를 위해 ‘잠시’로 예정하고 가족이 있는 소련으로 돌아간 뒤로는 북한도 다시 갈 수 없었다. 귀화를 거부한 그를 북한은 영구 추방했다. 그는 ‘햇빛 찬란한 금강산’ ‘빨간 저고리를 입은 소녀’ 등과 함께, 전설적 무용가 최승희, 소설 ‘닥터 지바고’를 쓴 소련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근원(近園)수필’을 쓴 소설가 김용준 등의 초상화도 남겼다.

그의 그림 ‘어머니’를 본 박명림 연세대 교수 표현은 이렇다.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멍하니 생각을 정지시킨다. 윤동주의 시 ‘어머니’, 박경리와 박노해의 시 ‘어머니’를 읽었을 때처럼 그 어머니의 두 손과 표정, 한복 옷깃과 눈빛은 하나의 감정이 아니다. 안쓰러움, 죄송, 감사, 설움과 사무침이 뒤엉켜 솟아오르게 한다.” 서울올림픽 35주년 기념으로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에서 지난 4월 6일 시작한 ‘다시 보다-한국 근현대 미술전’에서, 그의 작품 ‘자화상’ ‘긴 파이프를 입에 물고 있는 노인’ ‘분노하는 인민’ 등 6점을 오는 8월 27일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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