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화가 나 있다[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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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열리는 미국 최대 TV시상식인 '에미상'을 챙겨볼 이유가 생겼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기 때문이죠.
지난해 배우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또 하나의 낭보를 기대할 만합니다.
이처럼 '비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화가 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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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열리는 미국 최대 TV시상식인 ‘에미상’을 챙겨볼 이유가 생겼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기 때문이죠.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등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인물인데요. 지난해 배우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또 하나의 낭보를 기대할 만합니다.
스티븐 연은 올해 넷플릭스 ‘성난사람들:비프(BEEF)’로 주목받았는데요. ‘비프’ ‘불평하다’ 혹은 ‘싸움’을 의미하는 속어로 쓰이죠. 그가 극 중 연기한 대니는 미국에서 척박한 삶을 살고 있는 이민자입니다.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 그리고 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없는 경계인으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죠.
그런 대니가 분노를 터뜨리게 된 사건은 사소했습니다. 한 마트 주차장에서 하얀색 벤츠가 내지른 경적이, 대니의 분노 버튼을 눌러버렸죠. 하지만 벤츠를 모는 동양인 에이미(앨리 웡 분) 도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였는데요. 근근이 살아가는 대니도, 자수성가했지만 내 맘같지 않은 일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는 에이미도 마지막 분노 한 방울이면 넘쳐 흐를 물잔이이었죠.
이처럼 ‘비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화가 나 있습니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떠오르는데요.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모습으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비프’ 속 인물들의 속내도 마찬가지죠. 각자의 사정으로 화가 나고, 타인의 감정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대니는 말합니다. “우리 몸은 영양소를 흡수하고 나쁜 건 죄다 대소변으로 싸는 거 알지? 만약 아기한테 그런다면? 부모들이 트라우마를 싼다고나 할까?” 여기서 ‘아기’는 내 주변의 무고한 불특정 다수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신림동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처럼 말이죠. 피의자의 변명은 기도 안 찹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요즘 주위에는 온통 “힘들다”는 사람뿐입니다. 누구 하나 “살만한 세상”이라 하지 않죠. 하지만 대부분은 버텨내고, 살아냅니다. 자신의 분노가 함부로 누군가를 향하면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자 ‘질서’이기 때문인데요. 이런 선(線)을 지키지 않고 드러내는 분노는, 배출이 아니라 배설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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