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연봉 12억’ AI 관리자 채용에 할리우드 배우들 반발

채용 통해 AI 관련 콘텐츠 제작 확대 시사
할리우드 배우·작가들, AI 활용으로 인한 권리 침해 우려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고액 연봉의 인공지능(AI) 관련 제품 관리자 공개 채용에 나서면서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넷플릭스는 최근 '머신 러닝 부문 제품 관리자' 구인 광고를 자사 채용 사이트에 게시했다. 넷플릭스는 "머신 러닝 플랫폼(MLP)은 AI 실무자들이 관련 모델을 쉽게 개발·배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넷플릭스는 MLP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제품 관리 역할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로고 ⓒ연합뉴스

넷플릭스가 제시한 자격 요건은 '엔지니어 및 머신 러닝 실무자와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기술 이해도'와 '알고리즘 및 제품 개발에 더 큰 비즈니스 맥락을 통합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 분야 직책의 연봉 범위는 30만~90만 달러(3억8000만~11억6000만원)"라면서 "이런 범위는 총 보수를 기준으로 하며, 이는 넷플릭스의 보상 철학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 공고 내용은 향후 넷플릭스가 AI 관련 콘텐츠 제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AI 제품 관리자 채용에 최대 90만 달러에 달하는 고액 연봉이 제시된 것에 대해 현재 파업 중인 할리우드 배우와 작가들 사이에서 원성이 나오고 있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미국 작가조합(WGA)과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은 넷플릭스, 디즈니 등 대형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에 맞서 동반 파업을 벌이고 있다. 업계의 AI 활용에 따른 배우·작가들의 권리 침해 문제는 노사 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배우들은 스튜디오가 얼굴 이미지나 목소리를 AI에게 학습시킨 뒤, 배우에게 보상하지 않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작가들은 스튜디오가 챗GPT 등을 통해 'AI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것을 우려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에 출연했던 배우 롭 델라니는 온라인 매체 인터셉트에 "1년에 90만 달러의 수입이면 35명의 배우와 그 가족이 SAG-AFTRA의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AI 부서 1명에게 그 정도 금액을 준다는 것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드라마 작가인 엘리자베스 벤저민은 SNS를 통해 "배우들의 AI 우려에 맞서 넷플릭스는 고액 연봉의 AI 관리자 채용을 올렸다. 이걸 보니 속이 뒤집어진다"며 "인류의 미래는 인간성을 보존하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배우와 작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많은 제작사들이 AI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연예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할리우드에서 AI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주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업체들이 이 기술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짚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디즈니에서도 AI 관련 직책 6개를 신설해 채용 중이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파라마운트, NBC유니버설 등 대부분의 미디어 대기업도 AI 전문가를 경쟁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