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조 中 바이오 가자"… 공략나선 글로벌기업, 주저하는 韓
모더나는 중국에 mRNA 10억달러 투자
한국 기업도 진출 공략… '기술유출', '계약불이행' 리스크 상존
세계 2위, 약 350조원에 이르는 중국 제약 시장 공략이 화두로 떠올랐다. 코로나19(COVID-19)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중국에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중국 현지 법인 설립설이 돌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의 중국 진출도 활발하지만 '기술유출', '계약 불이행' 등으로 다수 기업이 곤욕을 겪었다. 기회의 땅인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면 신중한 전략과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 악화에도 중국 제약 시장 진출이 최근 다국적 제약사의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모더나는 이달 초 중국과 mRNA(메신저리보핵산) 의약품 연구·개발 및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와 토지 사용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모더나는 엔데믹 이후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모더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이에 모더나는 중국 사업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번 10억달러 투자는 mRNA 백신을 생산하는 공장을 중국에 짓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백신은 오직 중국에서만 판매하고 수출되진 않는다.
모더나는 MOU 체결 발표 이후 "이번 협약은 중국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면서 미충족 수요를 파악하고 건강 증진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아스트라제네카가 중국 법인을 분리할 계획을 세운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매출의 약 13%가 중국에서 나온다. 올해 1분기에는 중국에서만 16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현지 법인을 세우면 중국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신약 승인을 조금 더 빠르게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현지 법인은 미·중 갈등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리스크가 적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레온 왕(Leon Wang) 대표가 해당 보도를 부인하면서 현지 법인 설립은 '루머'로 남게 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제약 시장 규모는 올해 1조9700억위안(약 352조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1조4630억위안에서 연평균 4.9%씩 성장했다. 2021년 기준, 중국 의료비 지출액은 7조6845억위안(약 1373조원)에 이르며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중국 제약 시장은 기회의 땅이기에 국내 기업도 직접투자, 기술이전, 합작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출을 도모했다. 가장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한미약품의 '북경한미약품'이다. 1996년 현지 기업과 합작사 형태로 만든 이후 지금까지 한미약품 매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진출 과정에서 '기술유출', '계약조건 불이행' 등 위험을 겪은 기업도 다수 있다. 유한양행은 2005년 중국 제약사 뤄신(Luoxin)에 비소세포폐암 신약 'YH25448'을 기술이전했다. 해당 후보물질은 현재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로 불리는 유한양행의 혁신 폐암 신약이다. 당시 뤄신은 임상 시험에 돌입하지 않고 유한양행에 기술 관련 자료만을 요구하는 등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유한양행은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하고 후보물질 개발 권리를 회수했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2차례나 중국과의 의약품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해 12월 유나이티드제약은 2013년 중국 장시 지민커신 집단유한공사(JJK)와 체결한 개량신약 실로스탄CR정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또한 지난달 28일에는 2016년 중국의 머윈(Meone)과 체결한 실로스탄CR정 공급 계약도 해지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이와 관련해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피드백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 상대방의 귀책 사유로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파트너사와 협력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의사소통'이다. 진행 상황을 확인하려고 계속 연락해도, 응답이 매우 더디다"며 "이런 이유로 중국과의 계약이 지연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 리스크를 줄이려면 기업 특성에 맞게 다양한 전략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직접 진출할 것인지 또는 전략적 제휴나 공동 프로모션, 라이선스 파트너십을 맺을 것인지 잘 선택해야 한다"며 "현지 에이전트 등을 통해 거래하는 상대 기업의 일반적인 현황과 의약품 보유 현황, 이전의 거래 내역 등을 잘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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