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나의 힘"…가족 보며 멘탈 잡는 골퍼들[주목! 이 종목]
황유민, 신지애, 최은우 등 인터뷰서 가족애 공개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골프는 대표적인 멘 스포츠다. 잘 치려고 하면 뜻대로 되지 않지만 오히려 컨디션이 안 좋아 마음을 비운 날에는 좋은 결과가 나오는 일이 허다하다. 수많은 변수 탓에 가장 어려운 종목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바로 골프다.
이처럼 어떤 악조건에서도 참고 견디는 정신력이 성적을 좌우하다보니 선수들은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가족을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처럼 화목한 가정은 골프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 9일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달성한 신인 황유민(20·롯데)은 우승 직후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학교 교장을 지낸 조부는 황유민이 골프를 치는 것을 반대했다. 그래도 황유민은 끝까지 골프를 놓지 않았다. 결국 조부는 황유민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골프에 뛰어든 황유민은 정규투어 데뷔 시즌에 일찌감치 우승을 달성하며 재능과 실력을 입증했다.
황유민은 쇠약해진 조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승자 인터뷰에서 "(조부가) 90세가 넘으셔서 기력이 많이 쇠하셨다"며 "사실 할아버지께서 교장 선생님이셨기에 운동보다는 공부하기 원하셨다. 그래도 내가 국가대표가 되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 '정말 열심히 해봐라' 하시면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다. 지금 아프시지만 내 우승 소식을 듣고 더 힘내셔서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미일 통산 64승을 따낸 베테랑 신지애(36)도 가족을 떠올리며 힘을 냈다.
일본 투어에서 뛰던 신지애는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여자 골프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 출전했다. 강풍 탓에 대부분 선수들이 고전했지만 신지애는 관록을 과시하며 선두권에 올라섰다. 최종 라운드 역전 우승에 다가섰지만 앨리슨 코푸즈(미국)에게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그래도 이번 준우승은 값지다. 일본 투어에서 활동하는 신지애에 대해 한물갔다는 평가가 없지 않았지만 신지애는 이번 대회를 통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몸소 입증했다.
이번 준우승 뒤에는 작고한 조모가 있었다. 신지애는 이번 대회 3라운드를 마친 뒤 조모가 별세했음을 알렸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인터뷰에서 "사실은 할머니께 이곳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달에 돌아가셨다. 하지만 이곳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것"이라며 "이곳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이미 돌아가셨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지애는 조모가 나오는 꿈을 꾸고 우승을 했다는 사연까지 공개했다. 지난달 25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시즌 최다 상금이 걸린 어스몬다민컵(총상금 3억엔·한화 약 27억원)에서 우승한 그는 "사실 2주일 전쯤 (할머니가) 내 꿈에 나타나셨는데 그리고선 일본 대회에서 우승을 했었다"며 "아직도 내 손을 잡고 계실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골프 세계 1위 고진영(28)은 조부와 관계가 각별했다. 고진영의 조부 고익주씨는 2018년 별세했다. 당시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을 앞뒀던 고진영은 할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듣고 급히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조부상을 치렀다.
고진영은 2020년 LPGA투어 누리집에 글을 기고해 알츠하이머병과 싸우다 돌아가신 조부의 사연과 그리움, LPGA에 진출해 세계 1위로 올라서기까지의 과정을 공개했다.
고진영은 이 글에서 "KLPGA 신인 시즌인 2014년 슬프지만 할아버지는 함께 있을 때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이전처럼 친절하고 온화했지만 가족을 기억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내가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은 내가 TV에 나타났을 때 할아버지께서 나를 기억했다는 것"이라고 떠올렸다.
이어 "할아버지는 TV로 골프 대회를 보시며 내가 방송에 나올 때마다 나를 응원했다고 한다"며 "그 덕분이었는지 나는 KLPGA에서 열 번 우승했고, 할아버지는 우승 장면을 TV로 지켜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과거 장하나도 LPGA에서 4연승을 거머쥔 뒤 미국 활동을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한 이유를 TV광고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장하나가 미국에서 돌아온 이유 역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2020년 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한 이제영(22)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외조부를 따라갔다가 골프를 시작했다. 이제영은 입문 3년 만에 전국 초등학생 대회 5개 가운데 3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며 포스트 박세리, 골프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중고교 시절에도 재능을 발휘한 이제영은 프로 데뷔 후에도 한동안 외조부와 함께 대회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KLPGA 통산 3승을 거둔 박현경(23)도 수년간 부친과 함께 경기를 치렀다. 부친 박세수씨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선수 출신이다.
부친은 박현경이 2013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될 때까지 직접 골프를 가르쳤고 프로 데뷔 이후부터는 백을 메고 캐디로서 필드를 함께 누볐다. 박현경에게 부친은 캐디를 넘어 코치이자 감독, 스승인 셈이었다.
이처럼 골프 선수로 활동하며 가족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다 보니 우승자 인터뷰를 할 때 가족 이야기는 소위 '눈물 버튼'이다. 가족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선수들은 눈물부터 흘린다.
9년차 베테랑으로 부친 생일에 211번 출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최은우(28)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은우는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3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뒤 눈물을 쏟았다. 그는 "오늘 아빠가 생신이라서 최고의 선물을 한 것 같다"며 "이렇게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뒷바라지를 해주셔서 훌륭하게 큰 것 같아 뿌듯하고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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