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일본 영토’ 19년째 이어진 억지… 日, 2023년판 방위백서 발간
북한은 “종전보다 한층 임박한 위협”, 경계수위 높여
세계안보, “전후 최대시련”…군사대국화 정당성 강변
일본 정부가 28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레이와(令和) 5년(2023년)판 방위백서’를 채택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 시절인 2005년 이래 19년째 이어진 억지 주장의 되풀이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현저히 개선된 한·일관계가 반영돼 한국 관련 내용이 지난해에 비해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 두드러진다. 전례없는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대해선 경계수위를 높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안보 상황의 악화를 빌미로 자국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도 주목된다.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억지는 지난해와 동일한 서술, 지도를 사용해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했다. 백서 첫머리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을 개괄적으로 서술하며 “우리나라(일본) 고유영토인 북방영토(러시아와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열도 4개섬의 일본식 명칭)와 다케시마(독도)의 영토문제가 여전히 미해결인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고 적었다. 일본 안보환경을 표현한 그래픽에는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의 갈등을 중국의 활발한 해양진출, 미·중 군사적 충돌마저 우려되는 대만문제 등과 나란히 취급했다. 독도를 나타내는 작은 점을 그리고 굳이 ‘다케시마’란 설명을 단 동북아시아 지도도 적지 않다.
문재인정부 당시 최악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가 반영된 2022년판 백서와 달리 한국 관련 내용이 적극적으로 바뀐 것은 두드러진다. ‘한국과의 방위협력·교류의 의미’를 다룬 장에서 지난해 백서는 2018년 한국 주최 국제관함식에서 해상자위대기(욱일기)에 대한 한국의 대응, 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한 한국 해군의 사격 통제 레이더 조사, 독도 주변 군사훈련, 한국 정부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를 양국간 군사 과제로 언급했다. 이를 “한국 방위 당국의 부정적 대응”라고 표현하며 관계 악화를 한국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러나 올해 백서에는 레이더 조사 문제만을 과제로 언급했다. 과제 해결을 위해 한국 국방당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가고 있다”고 한 것에서 “한국 측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꾀하고 있다”고 바꾼 것도 눈에 띈다.
또 올해 방위백서가 서술한 사안, 정세 분석은 지난해 3월∼올해 3월 1년간을 대상으로 하는데 중요한 내용은 올해 5월까지로 기간을 늘려 한·일 안보 관련 회담을 담았다. 지난 4월 5년 만에 재개된 안보대화,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의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이 여기에 해당한다. 방위성 관계자는 “양국 관계개선의 흐름 속에서 (한국과 관련한 내용이) 긍정적으로 톤으로 바뀌었다”며 “양국 정상, 장관 간의 회담 등은 5월까지 열린 것을 기재했다”고 밝혔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중국, 북한, 러시아의 군사동향’을 올해 백서에 중점을 두거나 새로이 추가하며 경계 수위를 높였다
북한에 대해 “우리나라(일본) 안보에 있어 종전보다도 한층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으로서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 안전을 현저히 훼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종전보다도 한층’이라는 표현은 지금까지 없었다. 지난해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전에 없이 활발해진 데 따른 것이다. 방위백서는 지난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적어도 59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분쟁의 모든 단계에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우려가 있다”며 “미국, 한국 등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 정보 수집, 분석과 함께 경계감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일본 사이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일본인 납북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관계국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하루라도 빨리 모든 납치피해자의 귀국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기술했다.
방위백서는 세계 안보상황에 대해 미·중 간 경쟁 격화, 파워 밸런스(power balance) 변화, 국가간 정치·경제·군사 경쟁 심화 등을 들며 우려를 표현했다. 지난해와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전후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는 국제사회”라며 수위를 한층 높였다. “(국제사회는) 새로운 위기의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는 서술도 보탰다. 그러면서 일본이 위치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엄중함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말 단행한 안보 관련 3대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개정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방위백서는 “엄중한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대 문서를 책정했다”며 “필요한 방위력의 발본적(拔本的·근본적) 강화를 현실화하고 국민을 지키는 체제를 만들어 전후 방위정책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적었다. 발본적 강화의 내용으로는 적의 사정권 밖에서 공격하는 스탠드오프 미사일과 드론 등 무인 자산 확충, 방위력의 지속성·강인성 확보 등 7가지를 꼽았다. 올해 방위 예산을 “방위력을 5년 이내에 발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원년 예산”이라고도 강조했다. 2023년도 방위 예산은 전년 대비 26.4% 늘어난 6조7880엔(약 61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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