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상반기 충당금 4조 쌓고도 9조 벌었다

2023. 7. 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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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따른 이자이익 증가 주효
하반기 건전성·비은행 관리 관건

KB금융·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이 올 상반기 4조원에 이르는 대손충당금을 쌓고도 9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다. 금리가 오르며 이자이익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이자이익만 집계해도 20조원 가까이 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건전성 제고 및 이자장사 비판을 벗어나기 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등도 핵심 과제로 남았다.

▶건전성 압박에도 문제 없어, 이자이익이 끌어올린 역대급 순이익=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순이익은 9조182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8조9473억원) 대비 3.7%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사별로 보면 KB금융이 2조99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신한금융 2조6262억원, 하나금융 2조209억원, 우리금융 1조5386억원 순이었다.

실적을 밀어올린 것은 이자이익이다. 4대 금융그룹이 거둔 이자이익만 19조8472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18조9952억원) 대비 4% 증가한 수치다. 시장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 효과로 4대 금융지주 모두 이자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2~7.5%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들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견조한 여신 성장세도 이어갔다.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6조9114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융그룹에서 비이자이익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이익 덕에 각 금융그룹은 엄청난 충당금을 쌓고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올 상반기 금융지주들이 쌓은 충당금 전입액은 3조92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96%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고정이하여신비율(NPL) 상승 등 연체율 경고등을 지속적으로 켜면서 건전성 관리에 주력할 것을 요청해온 상태다.

4대 금융지주 NPL비율(IFRS-17 기준)을 보면 신한금융 0.52%, 하나금융 0.45%, KB금융 0.44%, 우리금융 0.40% 등 순이었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0.15%포인트 상승해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고, 나머지 금융지주도 일제히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건전성 압박에 금융사가 지닌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4대 금융지주의 평균 CET1은 12.88%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치인 12.48%보다 상승했다. 다만 하반기에도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포함한 각종 시장 리스크에 대비해 주주환원과 자본 건전성 사이 ‘운용의 묘’를 찾아야하는만큼 안정적 자본 관리는 과제로 남았다.

기업의 이익창출능력과 경영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충당금 적립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소폭 내려간 것으로 집계됐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평균 ROE는 11.04%로 1년 전 12%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실적 관건은 건전성·비은행...상생금융 압박 더 커진다=올 하반기에는 경기 침체, 신용리스크 확대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가 더욱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오는 9월 말부터는 코로나19로 상환을 유예한 여신 상환도 개시된다. 동시에 주택 구입 수요가 살아나는 등 대출자산은 더욱 증가할 예정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꾀하기 위해 우량자산 중심의 대출 자산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김기흥 신한은행 부행장(CFO)는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올초 불확실한 상황을 감안해 하반기에는 우량자산 중심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주택구입, 전세반환용 대출 발생 가능성 있어 소폭 성장이 예상된다. 국가적으로 가계부채에 대한 염려는 있으나 신한금융의 고객 관리에 있어 적절한 수준으로 성장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경쟁력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보험의 우선협성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은 보험사와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고안할 방침이다. 양재혁 하나금융그룹 그룹전략총괄(CSO)는 “KDB생명보험과 관련해 대규모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 투자자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대상 매물에 대한 자체 경쟁력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룹 내에서 시너지 창출이 추가적으로 가능해야지만 투자·인수합병(M&A)가 가능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하반기 비이자이익을 느릴기 위해 우량 매물을 물색하고 다각적 증권업 진출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우리금융은 증권사에 우선순위를 두고 M&A를 추진 중이지만, 적정한 매물을 찾지 못해 고전 중이다.

4대 금융지주가 충당금을 약 두 배나 더 쌓았음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자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각 4대 지주의 은행은 약 8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해 내놓았다. 현재는 은행에 이어 카드·보험사까지 각종 이자 절감 등 상생금융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정은·홍승희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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