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여론조사 자유도 위축…'중국의 금기' 못 건드려
"홍콩 정치적 환경에서 여론조사 응답자, 진짜 생각 드러내지 않을 수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3년 만에 홍콩에서 여론조사의 자유도 크게 위축됐다.
28일 더스탠더드와 AFP 통신에 따르면 전날 홍콩의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인 홍콩민의연구소(PORI)는 기존에 진행해온 여론조사의 절반가량만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0종류의 여론조사에 포함된 56개 질문의 결과는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톈안먼 시위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 대만 독립, 티베트 독립,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 경찰에 대한 만족도 등 중국이 금기시하는 질문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모두 비공개로 전환된다.
특히 자신을 '홍콩인'으로 생각하는지, '중국인'으로 생각하는지를 묻는 조사 결과도 더 이상 공개되지 않는다.
앞서 지난해 6월 이 연구소가 발표한 홍콩인의 정체성 인식 조사에서 18∼29세 홍콩인의 2%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중국인'이라고 응답했다.
당시 홍콩 주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해당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39%가 자신을 '홍콩인'이라고 답했고 18%가 '중국인'이라고 밝혔다. 또 11%는 '홍콩의 중국인', 31%는 '중국의 홍콩인'이라고 답했다.
연령별로 보면 젊을수록 자신을 홍콩인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18∼29세의 76%가 자신의 정체성을 '홍콩인'이라고 응답한 반면 30∼49세는 40%, 50세 이상은 29%가 자신을 '홍콩인'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콩민의연구소의 로버트 청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시대에 맞춰 변화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자기 검열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청 CEO는 AFP에 "우리는 정부에 자문하지 않았다"면서도 "우리는 일부 정부 부처가 앞서 진행한 소위 '위험 평가'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로 전환한 여론조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면서도 다만 결과는 오는 9월부터 유료 이용으로 바꿀 것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해당 결과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불법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온라인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연구소는 지난달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직전에 돌연 취소했다.
당시 연구소는 한 정부 관리가 연락을 해왔으며 정부의 '위험 평가'를 고려해 해당 설문 결과를 발표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1991년 설립된 홍콩민의연구소는 1993년부터 매년 1989년 발생한 톈안먼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당시 중국 학생들의 참여와 중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홍콩인들의 생각을 조사해왔다.
그러나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에서 30년 역사를 간직한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촛불 시위가 자취를 감추면서 관련 여론조사도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존스홉킨스대 정치과학자 헝호펑은 AFP에 홍콩민의연구소가 그간 홍콩 여론에 대한 가장 신뢰할만한 자료를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정치적 환경 아래서 홍콩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자신의 답변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진짜 생각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콩 경찰은 2020년과 2021년 이 연구소를 급습했다. 2019년 홍콩 민주 진영이 입법회(의회) 선거를 앞두고 자체 실시한 예비 선거를 지원한 혐의로 연구소를 조사했다.
2021년 12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 연구소가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는'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서 투표를 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낮게 나오자 "소위 여론을 이용해 사회를 강탈하려 한다"며 조사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이 연구소의 청킴와 부소장이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경찰의 조사를 받은 후 영국으로 피신했다.
그는 당시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더는 협박 없이 정상적으로 살 수 없어 홍콩을 떠났다"며 "오늘날 홍콩에는 진실한 말이 설 자리가 없고 거짓만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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