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 확장 가능성 커져" vs "연착륙 낙관 후 종종 침체"
WSJ "경기 확장 4~5년 갈 수도"…NYT "금리 효과 등 불확실성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 우려를 비웃듯 경기 확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상무부가 올해 2분기 기대 이상의 성장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시장에는 낙관론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덩달아 일부에서는 꾸준한 성장세와 함께 완화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 경제의 확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잇따른 금리인상이 몰고 올 파급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등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경기 확장세 가능성이 개선됐고 연준의 역할에 따라 경기 확장세가 4~5년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경제 연착륙에 대한 낙관주의가 확산하고 있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그 직후 경기침체로 빠져든 사례들이 여럿 있다며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전했다.
상무부는 이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2.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2.0% 증가와 시장 예상치인 2.0%를 모두 웃도는 내용이다.
연준이 선호하는 지표인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인플레이션도 연율 3.8%로 시장 예상치보다 낮았다. 물론 연준 목표치 2%보다는 여전히 높다.
경기 확장 가능성 개선…4~5년 이어질 수도
WSJ에 따르면 연준이 지난해 초 이후 최근까지 금리를 5.25%나 올리면서 전문가들이 경기 침체가 임박했음을 예측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나오며 성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의 출발 시점을 늦춘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 후 경기침체를 상정하는 것도 이례적일 수 있다. 이는 2020년 4월에 시작된 현재의 경기 확장이 불과 4년 지속된다는 것인데, 1982년 이후 4차례의 확장기 평균인 8.6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WSJ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충분히 올렸지만, 경제 위축까지는 원치 않는다면서 소위 연착륙은 다음 경기 침체가 오기 전까지 4~5년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26일 금리인상 후 회견에서 연착륙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며 노동시장에서도 디스인플레이션의 시작을 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연준 내 인사가 입장을 바꿔 더는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1945년 이래 12번의 경기 확장과 13번의 경기침체가 있었다.
1981년까지 확장은 평균 3.7년 동안 지속되었으며 통상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의 조합에 맞서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종료됐다.
1981년 이후 4번의 확장 기간은 6년에서 거의 11년까지 다양했고, 이전과 같은 인플레이션 대신 일종의 금융 위기로 끝났다. 예컨대 2001년 닷컴 붐 붕괴 또는 2007년 주택 및 모기지 거품 붕괴와 같은 것이다.
반면 2020년 2월에 종료된 거의 11년에 가까운 기록적인 확장은 이례적으로 인플레이션이나 금융 위기가 아닌 팬데믹과 그에 따른 경제 봉쇄로 중단됐다.
WSJ은 이번 경기 사이클이 1981년 이후와 유사하다면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금융 붕괴를 초래한 취약성과 불균형이 현재는 사라진 것 같고, 금융시스템은 팬데믹 봉쇄에서도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낙관은 일러…머지않아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NYT는 2분기 상무부 자료를 볼 때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지출이 전반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도,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3.6%를 유지하고 고용은 견조하다고 전했다.
또 사람들은 종종 경기침체에 빠져들기 직전에 경제가 완만하게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곤 했는데, 머지않아 침체에 빠진 사례들이 있다고 전했다.
NYT는 3가지 사례를 소개하면서 낙관주의가 만연하는 현시점에서 돌아볼 만한 주의사항이라고 밝혔다.
우선, 1989년 말에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경제 논평 소식지는 잇단 금리 인상 이후 경제가 어떻게 연착륙할지에 관해 질문을 던졌고, 이는 당시 모든 사람이 관심을 두던 사항이었다.
전문가들도 완만하면서도 고통을 주는 하강 없이 성장할 것으로 확신하면서 얼마나 부드럽게 연착륙하느냐에 주목했다.
2000년 말 NYT의 한 칼럼 제목은 '연착륙을 훨씬 부드럽게 만들기'였고, 2007년 말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관계자들은 경기하강 없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모두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의 발로였지만 이들 내용이 공개된 뒤 수주 혹은 수개월 이내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져들면서, 실업률은 치솟고 기업들은 속속 문을 닫았다.
뉴욕 소재 TD 증권의 제너디 골드버그 금리 전략가는 과거 세 사례에 대해 "상황이 내리막길을 가기 직전, 지배적인 의견은 연착륙이었다"며 "시장은 균열이 있는 곳을 정확히 알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가 순조롭게 둔화하는지, 혹은 벼랑 끝으로 서서히 다가가는지 실시간으로 알기 어려울 수 있고, 파월 의장 같은 관리들이 인플레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JP모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페롤리는 현재는 전형적인 비즈니스 사이클이 아닌 만큼 과거 기록이 특별히 유익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번 인플레이션 에피소드에는 특이한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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