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김용화 감독, 4500만이 인정한 '상업영화 장인'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3. 7. 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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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더 문', 사진=CJ ENM

김용화 감독이 진두지휘하는 영화 콘티에는 이렇게 적혀있을 수도 있다. 감동 2스푼, 웃음 3큰술. 

단언컨대 김 감독은 상업 영화를 가장 잘 찍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어느 지점에 어느 정도의 웃음과 감동 포인트를 넣어야 하는지 안다. 자로 잰 듯한 연출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 '더 문'도 예외는 아니다.

김 감독은 데뷔 후 서서히 빌드업 과정을 거쳤다. 연출 데뷔작인 '오 브라더스'(2003)로 310만 관객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출발선을 끊었고, '미녀는 괴로워'(2006)는 608만 명을 극장으로 데려왔다. 그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란 없었다. 또 3년을 준비해놓은 '국가대표'(2009)는 839만 명을 동원하며 '김용화 영화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감독 영화에는 반드시 동반되는 요소가 있다. 일단 웃음이다. 슬랩스틱식 무리한 유머는 지양한다. 대신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사고를 당한 택시기사가 성형수술 후 빼어난 외모를 가지게 된 여주인공을 보자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괜찮아요"를 연발하는 모습에, '국가대표'에서는 스키점프를 설명하던 중 사고 영상이 연이어 나오자 당황한 코치의 어쩔 줄 몰라 허둥대는 모습에 웃음 짓게 된다.  

그리고 눈물이다. 통상 가족애를 많이 활용한다. 조로증에 걸린 동생과 형의 관계를 다룬 '오 브라더스', 주인공 한나와 아버지의 관계를 설정한 '미녀는 괴로워', 입양아 스토리를 덧입힌 '국가대표' 모두 김 감독의 눈물 공식에 부합했다. 

'더 문', 사진=CJ ENM

좌절은 있었다. 동명 원작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미스터 고'(2013)는 132만 명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안겼다. 승승장구하던 김 감독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였다. 하지만 이런 시련은 김 감독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누군가는 고난에 쓰러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역경을 기회 삼는다. 김 감독은 후자였다. 

'미스터 고'를 통해 김 감독은 시각특수효과(VFX)와 컴퓨터그래픽(CG)에 눈을 떴다. 3D 안경을 낀 채 주인공인 고릴라가 던지는 강속구를 보는 장면에서 움찔하지 않을 수 없다. 김 감독은 단순히 기술이 아닌, 산업에 집중했다. 관련 기술을 집약시킨 회사 덱스터가 잉태된 순간이다.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접목시킨 스토리, 빠른 템포의 재기발랄한 연출, 여기에 실제와 허구의 벽을 지우개로 지운 빼어난 VFX가 더해지면서 김 감독은 또 하나의 천정을 뚫었다. 그렇게 탄생된 영화가 '신과 함께' 시리즈다. 2017년, 2018년 각각 개봉된 '신과 함께-죄와 벌'과 '신과 함께-인과 연'은 각각 1441만 명, 1227만 명을 동원했다. 관객합은 무려 2667만 명. 김 감독은 하나의 시리즈로 '쌍천만'을 달성한 유일무이한 감독이 됐다. 

'더 문', 사진=CJ ENM

그리고 또 5년의 시간이 흘러 김 감독은 '더 문'을 내놨다. 그동안 성공 전례가 없는 '한국형 공상과학(SF)'물이다. 

여기서 따져보자. 왜 한국형 SF물은 죄다 실패했을까? 관객의 눈높이에 도달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면 관객이 바라보는 수준은 어디일까? 고개를 높이 들어야 한다. '인터스텔라'와 '그래비티'가 기대치인 탓이다. 게다가 연출자는 크리스토퍼 놀란, 알폰소 쿠아론였다. 거장이 빚은 걸작이다. 그러니 웬만한 한국 영화로는 근접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왜 그 어려운 우주를 택했을까?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주영화는 이제 더 이상 할리우드의 전유물이 아니"라면서 "'신과 함께'로 받은 관객의 큰 사랑을 새로운 도전으로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김 감독이 우주로 향한 것은 필연이다. 전작에서 그는 땅 끝으로 향했다. 지옥이라는 판타지 공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축했다. 상상력을 극대화했고, 덱스터를 통해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더 문' 김용화 감독, 사진=CJ ENM

땅 끝 탐험을 마친 그가 이제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달이다. 그럼 왜 달일까? "우리가 지구에서 바라보는 달은 앞면이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판타지를 준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은 정말 칠흑같이 어두운 공포와 스릴의 공간이다. 인간의 양면성 같은 그 모습이 굉장히 영화적이라고 생각했다"는 김 감독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지극히 '김용화스럽'다. 그 안에서도 김 감독은 웃음과 감동을 좇는다. 가족애를 넘어 이번에는 인류애다. 관객의 감정이 느슨해질 때쯤 웃음 한 스푼을 넣고, 마지막에는 눈물겨운 자기 고백과 휴머니즘이 넘친다. 기존 김 감독의 영화를 봤던 이들이라면, 능히 다음 장면과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김 감독에게 또 당한다. 가슴을 졸이게 되고, 그 감정에 호응하게 된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하는데, 김 감독은 그 아는 맛에 또 손이 가게 만드는 솜씨가 탁월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달 탐사 계획 실패 후 괴로움 속에서 소백산 관측소장으로 살아가던 재국(설경구)이 사망한 동료의 아들인 선우(도경수)를 살리기 위해 다시 달 탐사 계획에 참여하게 된다는 설정은 지난해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탑건:매버릭'와 겹친다. '더 문'의 기획 및 제작 시점을 고려할 때 '탑건:매버릭'을 차용했을리 만무하다. 김용화 감독이 '한국형'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타당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스토리를 고민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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