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영국 “졸업생 연봉으로 대학 평가하겠다”…왜?

황경주 2023. 7. 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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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 정부가 앞으로 대학을 평가할 때 졸업생들의 연봉 수준까지 살펴보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비싼 학비를 내며 대학을 졸업해도 괜찮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이런 문제가 대학 평가 방식을 다르게 한다고 해결될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영국의 대학 평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나요?

[기자]

영국 정부가 대학들의 학과 평가 기준을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중퇴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졸업하고 전문적인 직업을 갖는 학생이 많은지 적은지 등만 평가했는데, 앞으로는 졸업생의 예상 연봉까지 평가 기준에 넣기로 했습니다.

비싼 학비를 내고 대학 졸업장을 따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인데요.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일부 대학들이 너무 많은 청년들에게 '거짓 꿈'을 팔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겠다고 정책 취지를 밝혔습니다.

일정 평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 학과 모집 정원을 정부가 제한할 방침입니다.

또 의대 등 일부 전공을 택하려면 거쳐야 하는 대학 예비과정이죠.

'파운데이션'의 학비도 상한선을 낮추기로 했습니다.

[앵커]

영국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은 건 국민들이 대학 교육에 대해 불만이 상당하기 때문이죠?

[기자]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대학 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 건수가 지난해까지 최근 4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대학 졸업생 다섯 명 중 한 명은 대학을 가지 않았다면 재정적으로 더 나았을 거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학비는 학비대로 내고 학교 시설이나 장비는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면서 불만은 더 커졌는데요.

학생들은 대학 등록금 반환 소송이나 기숙사비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학생들 입장에선 대학의 가성비가 크게 떨어진 셈이네요.

그런데 영국에서는 대학만 가성비가 떨어진 게 아니라면서요?

[기자]

영국 중앙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올렸죠.

시장 예상보다 많이 올린데다 그 결과로 이제 기준 금리가 5%를 찍으면서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미국이나 우리나라 등 주요국 물가를 보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겨우 잡혀가는 모양새인데, 영국은 다릅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큰데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기준으로는 8.7%를 찍었고 지난달 겨우 8%대 아래로 내려왔지만, 아직 주요 7개국 중 가장 높습니다.

이렇게 치솟은 물가만큼 당연히 월급은 오르지 않은 데다 금리까지 고공행진이다 보니, 영국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데요.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영국인 140만 명의 가처분 소득이 20% 넘게 줄어들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영국 세입자 : "저는 화가 나요. 집세 걱정에 빠져 있어요. 집을 잃고 싶지 않아요."]

[앵커]

그래서 영국에서 최근에 공공, 민간 할 것 없이 임금 시위가 자주 벌어지고 있는 거군요.

현 정권에 부담스러운 상황이겠어요.

[기자]

수낵 총리가 이끌고 있는 영국 보수당은 2010년부터 14년째 정권을 쥐고 있죠.

이렇게까지 위기에 빠진 영국 경제에 대한 보수당의 책임론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특히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주도했고, 그 여파로 영국 경제가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상당한데요.

심지어 최근에는 브렉시트에 앞장섰던 한 우파 정치인이 "브렉시트는 실패했다"고 대놓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내년에 영국 총선이 열리는데, 십여 년 만에 정권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실제로 최근 영국에서 재보궐 선거가 있었는데, 결과를 보면 보수당이 겨우 체면만 지켰다는 평이 많죠?

[기자]

지난 20일 보수당이 강세를 보여왔던 3개 지역구에서 보궐선거가 있었는데, 보수당이 1개 지역구만 간신히 지켰고 나머지 두 곳은 큰 표차로 야당에 패배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수낵 정권에 대한 중간 성적표이자,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볼 수 있죠.

[키어 스타머/영국 노동당(야당) 대표 : "여러분이 변화에 투표했기 때문에 저희에게 투표한 사람들에게 직접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노동당을 신뢰했습니다."]

[리시 수낵/영국 총리/보수당 : "재보궐 선거는 항상 현 정부에 어려운 선거였습니다. 집권당은 거의 이기기 힘듭니다."]

뉴욕타임스는 "보수당이 경제 운영 능력에 대한 명성을 크게 훼손했고, 회복하기 매우 힘들 거"라고 짚었습니다.

다만 보수당이 그래도 지역구 1곳을 지켜낸 것에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로이터 통신은 수낵 총리가 조만간 총선 대비를 위해 개각을 단행할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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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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