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사업가에서 작가로 변신한 문병채 회장
고향인 화순 도곡 일대 풍경과 문화유적을 틈틈이 기록
실크로드 답사한 기행문 지역신문 2곳에 연재하기도
기획연재-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⑦사업가에서 작가로 변신한 문병채 회장
“한민족의 향기 책으로 펴내 이웃과 나누고 싶어”
“중국과 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에서 보고 들은 한민족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20년간 운영하던 회사를 정리하고 3년 전부터 오로지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는 문병채 국토정보기술단 회장(67).
30여 년간 직장과 사업 때문에 뒷전으로 미뤄뒀던 문필활동을 다시 시작한 문 회장은 요즘 그동안 틈틈이 써서 모아둔 원고를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분주합니다.
청년 시절부터 시를 쓰면서 문학적 감성을 키워온 그가 출간을 위해 준비 중인 원고들은 크게 보아 시집과 향토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회사 정리하고 3년 전부터 글쓰기에 전념
시집의 경우 고향인 화순 도곡 일대 풍경과 문화유적을 시로 그렸으며, 무등산과 드들강 주변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 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향토지는 화순 도곡 일대 역사를 발굴하고 기록한 내용으로, 관내 초·중학교에 배포해 고향사랑을 일깨우는 교재로 활용토록 할 계획입니다.
잠시, 여기에 그의 시 한 편을 소개해봅니다.
조광조 유배지를 지나며 (문병채 作)
인조 어머니가 태어난
유서 깊은 목사골, 화순 능주
유학 향기가 느껴지는 곳
따스한 봄날
정암 조광조 선생의
유배지를 잠시 들렀다.
격이 다른 우정이
오백년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며 회자되고 있는
유배 가옥에
학포와 담소 나누는
장면이 재현되어 있구나.
유배 온 지
25일 만인 37세에
사약받는 심정이 어땠을까.
애우당(愛憂堂)의
절명시를 읽어 보니
그 애절한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그는 이에 앞서 사업차 방문한 중국, 몽골,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에서 접한 한민족의 향기와 흔적을 찾는데 노력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실크로드에 각별한 매력을 느껴서, 해양실크로드와 육상실크로드를 탐사한 기행문을 지역신문 2곳에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실크로드에 끌린 이유를 역사적 배경을 곁들여 설명했습니다.
“고대부터 동서 교역의 통로였던 실크로드는 비단 등 상품이 오가는 길이었을 뿐만 아니라 불교문명의 전파경로로서, 혜초스님 등 한민족의 발자취가 뚜렷이 남아 있죠”.
문 회장은 또한 광주 근대사의 향기가 물씬 나는 양림동 역사마을에 한옥 3채를 구입할 정도로 우리나라 전통가옥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를 자주 여행하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가 생겼습니다. 한국을 찾아온 이들에게 뭘 보여줄까 고민하다가 한옥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사업상 자주 동남아국가를 여행하게 된 것은 그의 전공분야인 지리정보시스템(GIS)과 관련이 깊습니다.
◇GIS 공부한 것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
그는 전남대 사범대학 지리교육학과를 다녔는데, 복수전공으로 경영대 지역개발학과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광주시내 사립고등학교에서 약 10간 교사로 근무하였습니다.
교사로 재직 중 대학원에 진학한 문 회장은 컴퓨터와 접목된 새로운 학문을 공부한 것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1981년 독일 도르트문트대학에서 도시계획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남대에 부임한 송인성 교수님을 운좋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송 교수님은 컴퓨터를 활용한 도시계획학(지리정보시스템·GIS)을 공부해 최신이론을 가지고 귀국한 신진학자로서, 저에게 큰 자극을 주었습니다”.
문 회장은 당시는 컴퓨터를 접하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라 대학전자계산소에서 밤늦게까지 프로그램을 돌리느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새로운 학문 분야인 GIS를 공부하는 보람은 큰 기쁨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급속한 개발 붐이 일기 시작했는데, 특히 도시계획분야는 컴퓨터 기법이 도입되면서 GIS분야가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대학원에서 프로젝트팀을 맡아 수많은 도시계획 용역을 수행하면서 많게는 30명의 연구인력을 관리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손을 거친 프로젝트는 셀 수도 없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만도 상무 신도심, 첨단지구 조성계획을 비롯, 고속도로, 국도 등 개발사업과 5년마다 수립하는 도시계획, 관리계획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이 때가 저에게 가장 역동적인 시기였고, 밤워 일하며 실무경험을 풍부하게 쌓을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GIS 분야 대학교재 6권과 50여 편의 논문 발표
이 무렵 교육부에서 1년 과정 해외연수 과정 공모가 있었는데, 문 회장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어 미국 산타바바라대학에서 GIS 실무연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남대에서 2명이 선발되었는데 그중 한명이 된 것입니다.
그렇게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나니 문 회장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6년간 연구교수로 일하면 해당 전공의 정규 교수로 채용되는 조건이었습니다.
문 회장은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연구교수로 합격해 교수의 꿈을 안고 연구활동에 전념했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 일하던 차에 1998년 ‘국토이용계획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등 도시계획법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 영향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GIS 인력을 급히 필요로 했는데, 수소문 끝에 문 회장을 찾아와 부탁해오는 경우가 많아 대학교수의 꿈을 접고 산업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계림동 광주시청 앞에 ‘한국도시적성평가원’이란 회사를 설립해 GIS를 이용한 용역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회사 이름을 ‘국토정보기술단’으로 변경하고, 사업에 전념한 결과 일약 성장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20년 동안 이 회사는 도시계획, 조경, 건설, IT 등 7개 사업분야로 분화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GIS개론 관련 대학교재 6권과 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GIS분야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한중친선경제인협회 회장 맡아 한중교류 가교 역할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뜻밖의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앓았던 알러지 비염이 폐에까지 번져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폐기능이 나빠진 것입니다.
결국 수술을 받아야 했고, 이후 건강은 회복되었지만 예전처럼 사업에 전념할 수가 없어 회사경영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현재는 2선으로 물러나 있습니다.
요즘에는 집필활동과 사회활동으로 새로운 인생 2막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문 회장은 매일 일기를 쓰듯 시를 써서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에 올리고 있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고 이웃들과 공유하면서 자신만의 보람을 일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한중친선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아 지역경제인들의 가교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남은 여생을 글쓰기와 사회봉사 활동으로 보람 있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업가에서 작가로 변신한 문병채 회장의 문향(文香)이 들꽃 향기처럼 이웃들에게 퍼져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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