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수많은 경고 있었다”… 36명 수사 의뢰

김경필 기자 2023. 7. 28. 10: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무조정실 감찰 결과 발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조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7.28. /뉴시스

14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감찰 결과가 28일 발표됐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청북도, 충북경찰청, 청주시, 충북소방본부 등 모든 관계 기관에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어느 기관도 이를 위한 사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 9분 지하차도 인근 다리인 미호천교 부근에 쌓여 있던 임시 제방이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폭우로 불어난 미호강물이 임시 제방 너머로 넘쳤고, 제방 붕괴 18분 뒤인 8시 27분부터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갔다. 8분 만인 8시 35분에 지하차도 내부가 차량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침수됐고, 이로부터 5분 만인 8시 40분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됐다.

국조실은 “미호천교 아래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 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행복청은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포함한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 공사’를 발주해놓고, 이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사와 감리사가 기존 미호강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임시 제방을 설치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임시 제방은 법상 규격에도 미달하는 것이었다. 임시 제방이 붕괴되지 않았다면 원천적으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행복청은 사고 당일 임시 제방이 붕괴됐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관계 기관에 신속하게 상황을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조실은 “호우경보와 홍수경보가 발령된 비상 상황에서 신고 등 수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지하차도와 주변 미호강과 관련된 여러 기관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지하차도에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했어야 할 책임이 있는 기관은 충북도지만, 충북도 공무원들은 사고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조실에 따르면, 사고 전날인 14일 12시 10분에 이미 청주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됐고, 사고 발생 40분 전인 15일 오전 8시까지 372㎜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특히 미호천교 일대는 사고 전날 오후 5시 20분에 이미 홍수주의보가 발령됐고, 사고 당일 오전 4시 10분에는 홍수경보로 격상된 상태였다.

사고 2시간 전인 오전 6시 40분에는 미호천교 지점의 미호강 수위가 계획홍수위인 29.02m에 도달했다. 100년에 한 번 꼴로 벌어지는 홍수 시에 도달하는 수위다. 국조실은 이때 이미 충북도가 지하차도 진입을 통제했어야 하는 법상 요건이 충족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충북도는 이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았고, 교통 통제도 실시하지 않았다.

충북경찰청은 사고 발생 1시간 36분 전인 오전 7시 4분, 사고 발생 42분 전인 7시 58분에 112 신고를 받았다. ‘오송읍 주민 긴급 대피’와 ‘궁평 지하차도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였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들은 궁평2지하차도 현장으로 출동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마치 제대로 출동한 것처럼 112 신고 시스템에 입력하고 신고를 종결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소방본부에는 사고 전날 오후 5시 21분 119 신고가 접수됐다. ‘미호천교 밑에 임시로 성토(흙 쌓기)해놨는데, 차수막(물을 막는 시설) 같은 것을 대놓지 않았다. 건너오다 보니까 지금 강물이 불어서 성토한 흙을 지나고 있다. 거기가 허물어지면 오송 일대에 물난리가 날 것 같다’는 신고였다. 그러나 119종합상황실 근무자는 ‘거기에 갈 인력이 없다’며 ‘구청 같은 데 전화해 보라’고 했다. 이 신고 내용은 다른 기관에 전달되지 않았다.

청주시도 관계 기관으로부터 미호강이 범람 위기 상황이라는 통보를 받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충북소방본부는 사고 49분 전인 15일 오전 7시 51분 다른 119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국조실은 “충북소방본부는 119 신고에 따라 범람 현장에 출동한 유일한 기관”이라면서도 “현장 요원의 상황 보고에도 119종합상황실에서 가용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찰 결과와 관련해 국조실은 공무원 3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63명에 대해서는 각 기관에 징계 등의 조치를 하라고 통보할 계획이다. 수사 의뢰되는 공무원은 행복청 8명, 충북도 9명, 충북경찰청 6명, 청주시 6명, 충북소방본부 5명이다. 이 가운데에는 현장 담당자뿐 아니라 관리 책임이 있는 간부급 공무원 12명도 포함돼 있다. 민간인인 미호천교 임시 제방 공사 현장 관계자 2명도 수사 의뢰된다.

이번 감찰은 사고 이틀 뒤인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진행됐다. 국조실은 “향후 태풍 발생 등에 대비해 관계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대응 체계 및 대비 상황에 대한 전면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