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지 못한 더위…유엔 사무총장 “지구 ‘온난화’ 끝나고 ‘열대화’ 시대”
불타는 지중해 연안…전 세계 곳곳 폭염·산불
올해 7월은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유엔은 이제 지구 ‘온난화’의 시대가 끝나고 ‘열대화’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7일(현지시간) “올해 7월의 첫 3주간은 지구가 가장 더웠던 3주로 확인됐으며 (마지막 주 추세까지 고려할 때) 7월 전체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MO는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의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올해 7월6일 전 세계 평균 지표면 기온은 섭씨 17.08도로, 역대 일일 평균 지표면 기온 최고치로 기록됐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16년 8월13일의 16.8도였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 산하 국립환경예측센터의 비공식 기록으로는 7월4일과 5일 지구의 평균기온은 17.18도를 달성하기도 했다.
전 세계 평균 지표면 기온 16.95도 집계
5년 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 전망
또 올해 7월1∼23일 전 세계 평균 지표면 기온은 16.95도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월간 전 세계 평균 지표면 기온 최고치인 16.63도(2019년 7월)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WMO는 이런 추세에 비춰 올해 7월이 역대 가장 더운 달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C3S는 지난달 역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이었으며, 세계 평균 기온이 1991∼2020년 6월 평균치보다 0.53도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WMO는 향후 5년 내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 시기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이 66%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카를로 부온템포 CS3 국장은 “기록적인 기온은 지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의 일부”라고 밝혔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올해 7월에 세계 인구 수백만 명에 영향을 미친 극심한 날씨는 안타깝게도 기후변화의 냉혹한 현실”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관측에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기후변화 현상이 진행 중이고, 공포스러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다만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최악의 상황을 회피할 여지는 남아있다”며 회원국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상기후 속출…북반구 일부 내륙 50도 넘어
가디언 “높은 기온으로 수분 말라 산불 커져”
현재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등 세계 곳곳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폭염과 산불 등 이상기후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북반구 일부 내륙 도시들의 기온은 50도를 넘겼고, 미국과 유럽 등 많은 도시들에서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얼마 전 50도를 훌쩍 넘기며 110년 만의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27일 미국의 중부 내륙·동부 해안·남서부 등 전역에 ‘폭염 주의보’와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미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000만명이 폭염 주의보 또는 경보 영향권에 들어선 상태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에서는 40도 이상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 4월부터 때이른 폭염으로 기온이 거의 40도에 육박했고, 7월에는 카탈루냐 등에서 44도까지 치솟았다. 이탈리아에서도 이번 여름 수도 로마를 비롯해 남부 시칠리아와 사르디니의 기온이 40도를 넘어섰다.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기온도 40도를 넘어섰고, 중국 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르판 분지 싼바오향은 얼마 전 기온이 50를 넘어서며 역대 중국 최고 기온을 경신하기도 했다. 일본도 27일 오사카부 지역의 한낮 기온이 39.8도를 기록하며 올해 일본에서 최고 더운 날 기록을 갈아 치웠다.
폭염과 기후위기로 인해 산불도 더 확산하고 있다. 그리스,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북아프리카 알제리와 튀니지 등 지중해 연안의 13개국에서 산불이 타오르면서 40명 이상이 숨졌다. 그리스는 휴양지 로도스 섬과 에비아 섬 등에서 며칠째 산불이 번지며 100곳 가까운 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2만 명 가까운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했고,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자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시칠리아를 비롯한 이탈리아 남부도 산불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은 곳은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알제리다. 알제리에서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다 화염에 휩싸인 군인 10명을 포함해 모두 34명이 사망했다.
가디언은 높은 기온으로 수분이 말라 건조한 지대가 늘었고, 고온에 뜨거운 바람까지 불면서 산불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원인분석(WWA)은 지난 25일 보고서를 통해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가 없었다면 ‘지중해 산불’을 일으킨 폭염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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