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어려운 듯 치즈의 세계[주식(酒食)탐구생활㉔]

박경은 기자 2023. 7. 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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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네모반듯한 모양에 비닐로 한 장씩 싸여 있는 슬라이스 치즈, 피자나 떡볶이 위에 풍성하게 올려 먹는 모차렐라 치즈. 그도 아니면 베이글 안에 푸짐하게 발라먹는 크림치즈? 손쉽게, 혹은 전형적으로 접하던 일상의 치즈 모습이다. 이렇듯 익숙한 치즈지만 이것으로 치즈를 말하기에 치즈의 세계는 너무나 넓고 깊다. 최근 몇 년 새 와인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이와 곁들이는 치즈의 종류도 크게 늘어났다. 때문에 수많은 치즈가 전시된 백화점 치즈 매대 앞에 설 때면 어떤 치즈를 골라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치즈에 관해 알아놓으면 좋을 상식들, 치즈에 관한 여러 가지 궁금증들을 정리해 봤다.

다양한 치즈

■치즈 분류하기

치즈는 일단 자연치즈와 가공치즈로 나뉜다. 자연치즈는 원유와 이를 굳히는 효소(레닛), 숙성균 등을 가지고 만든다. 다양한 발효균과 효소가 작용하며 저마다의 맛과 풍미를 갖고 있다. 가공치즈는 자연치즈를 원료 삼아 녹인 뒤 다른 재료나 식품 첨가물을 넣어 재가공한 것이다. 치즈의 풍미를 더하는 발효균들을 죽여 가공하기 때문에 맛과 풍미는 자연치즈에 비해 떨어진다. 외형상 구분법은 간단하다. 판매되는 제품 표기사항을 살펴보면 ‘자연치즈’, ‘가공치즈’ 등으로 표기되어 있다.

같은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이나 각기 가공치즈, 자연치즈라고 표기되어 있다

복잡한 것은 자연치즈의 세계다. 자연치즈는 수분함량과 숙성법에 따라 크게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프레시치즈(생치즈), 흰곰팡이치즈, 워시드치즈, 푸른곰팡이치즈, 비가열압착치즈(세미하드), 가열압착치즈(하드)다. 이 중에서 프레시치즈는 원유를 굳힌 뒤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먹는 치즈를 말한다. 수분함량이 높고 부드러우면서 순한 맛이 특징이다. 다른 치즈들은 일정 기간 숙성과정을 거친다. 숙성을 거치면서 치즈는 고유의 맛과 질감, 향기를 갖는다. 흰곰팡이를 발라 숙성시키는 흰곰팡이 치즈, 소금물이나 알코올로 외피를 씻으며 숙성시키는 워시드치즈는 부드러운 질감을 갖고 있다. 푸른곰팡이 치즈는 치즈에 푸른곰팡이를 주입시켜 숙성시키는 것으로, 톡 쏘는 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비가열압착치즈나 가열압착치즈는 연질 치즈에 비해 오랜 기간 숙성과정을 거쳐 수분이 적고 단단하다.

자연치즈 분류

치즈 대국인 프랑스는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를 별도로 삼아 7가지로 분류하기도 한다. 염소젖을 갖고 만든 치즈를 통칭해 세브르 치즈라고 하는데 세브르는 프랑스어로 염소를 뜻한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세브르 치즈로는 크로탱 드 샤비뇰, 생트 모르 드 투렌, 발랑세 등이 있으나 국내에서 맛보기는 쉽지 않다.

■내게 맞는 치즈를 고르는 법

토마스 켈러, 장 조지 등 최고의 셰프들도 그의 치즈를 기다리게 만든다는 장인 김소영 아티장(안단테 데어리)에게 물었다. 좋은 치즈를 맛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좋은 치즈숍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치즈 식문화가 발달한 나라의 이야기다. 치즈 전문가가 좋은 치즈를 선별해 확보하고 소비자들에게 추천하는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 시장에서는 이 같은 문화가 정착되지는 못했다. 스스로 다양한 치즈를 많이 접해보며 감각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와인의 기호를 찾아가는 것처럼 치즈도 종류와 특성, 만들어진 지역과 아티장을 챙겨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도 막연하다면 시중의 전문매장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마켓컬리, 유럽식자재 전문기업인 구르메 F&B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치즈닷’ 등은 치즈 선택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제품의 생산정보나 페어링에 관한 정보 등을 각각 담고 있어 입문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마켓컬리에서는 김소영 아티장이 큐레이션한 해외 아티장 치즈를 별도로 소개하고 있다. 치즈닷은 원하는 치즈의 특성이나 용도, 자신의 치즈 상식 등에 따라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 초보자들에게도 적합하다. 입문/중급/탐험가 등으로 단계를 선택할 수 있으며 요리/간식/베이킹/안주 등 용도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치즈 후보를 선별해준다.

지난해 서울 서래마을에 문을 연 르므니에는 국내에 처음 들어온 프랑스 치즈 전문점이다. 르므니에는 프랑스의 치즈 국가공인장인(MOF)이다. 치즈 MOF는 좋은 치즈를 선별해 숙성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전반적 과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 치즈계의 소믈리에라고 보면 된다. 프랑스의 치즈 MOF는 현재 20여 명 정도다. 이중 로랑 뒤부아의 치즈 매장은 파리를 여행하는 국내 여행자들 사이에 가봐야 할 곳으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매장에 있는 ‘메종 드 구루메 쁘띠’는 여러 가지 치즈를 비교체험할 수 있는 플래터를 선보이고 있다.

김소영 아티장이 큐레이션한 치즈를 판매하는 마켓컬리(왼쪽), 르므니에 치즈전문점에 전시되어 있는 치즈.

■이런 것이 궁금하다

△아티장, 아티장치즈가 무슨 뜻?

=아티장(artisan)은 사전적으로 장인을 의미한다. 아티장 치즈는 수작업으로 치즈를 만들고 전통에 기반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맛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치즈다.

△아티장치즈가 대량생산 치즈보다 좋은 건가?

= 추구하는 가치, 지키고 싶은 것이 서로 다르다고 보면 된다. 대량생산 치즈는 언제, 어디서나 균질한 제품을 내는 것을 추구한다면 아티장치즈는 생산지역의 특성이나 자연의 변화, 생산자의 개성과 원칙이 제품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비살균 원유로 만든 치즈의 풍미가 좋다고 하던데?

= 원유 살균 여부에 따라 치즈의 풍미가 달라진다. 비살균유에는 각종 미생물이 많이 있어 치즈의 맛과 향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어낸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치즈는 비살균유만 고집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수입규정상 다양한 비살균 유제품을 맛볼 수 없다. 비살균유로 만든 제품은 60일 이상 숙성해야 수입이 가능하다. 때문에 숙성기간이 길고 보관을 오래 할 수 있는 세미하드, 하드치즈만 들어올 수 있다. 숙성기간이 짧은 연질치즈는 통관, 검역 등의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사실상 국내 유통이 불가능하다.

△숙성기간이 길수록 좋은 치즈인가?

= 콩테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처럼 단단한 치즈는 숙성기간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다. 숙성을 거치며 맛과 향, 질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숙성할수록 깊고 오묘하고 개성적인 맛을 낸다. 또 좋은 품질을 갖고 있어야 오랜 숙성 기간을 버틸 수 있으므로 1, 2년 이상 숙성된 치즈라면 어느 정도 품질을 보증한다고 봐도 된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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