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금 증여세 면제’ 저출산 묘수일까 부자감세일까[핫이슈]
부모로부터 결혼자금 증여받을때
기존 공제한도 5천만원에 1억원 추가
정부 “결혼기피-저출산 문제에 효과”
“세금없는 富의 대물림” 반대 여론도
지금도 1~2억원 증여해도 과세 어려워
“부자감세가 아니라 세제 현실화” 평가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상속·증여세를 개정해 예비 신혼부부에게 증여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다. 혼인 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4년간)에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 1억원까지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 기존 공제한도(10년간 5000만원)을 더하면 최대 1억50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신랑, 신부를 합치면 최대 3억원까지 세금없이 증여받을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같은 개편안이 젊은 세대로 하여금 세금 부담없이 더 많은 돈을 증여받아 안정적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출산율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지경에 이른 것은 과도한 집값 부담에 따른 결혼기피가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택 평균 전셋값이 2억2000만원, 수도권은 3억원(6월 기준)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증여세 부담을 경감하면 고령세대에서 청년층으로 자본 이전을 촉진해 청년층의 소비 여력을 키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매일경제가 통계청 가구별 순자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고령층 순자산은 지난해 3658조원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7배에 달하는 자금이 고령층에 묶여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증여세 공제한도 확대를 ‘부자감세’라고 비판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증여세 개판안에 대해 논평을 내고 “부의 무상이전을 가속화하여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고,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고통받는 민생경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윤석열정부 집권 이후 지속되어 온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의 속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장혜영의원(정의당)도 평균적인 가정은 기존 공제한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통계를 최근 냈다. 신한은행의 ‘2017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근거로 2022년 기준 결혼비용을 평균 7217만 원으로 분석한 것이다. 현행 세법상 이에 대한 증여세는 221만원이지만, 평균 5073만원에 달하는 혼수비용의 경우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평균적인 가정에서는 증여세를 낼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바꿔 말하면 증여세 공제 한도 인상으로 실질적 혜택을 보는 가정은 평균소득을 넘는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증여세 개편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는 이유는 증여세 현실화 필요성 때문이다. 우선 현재의 공제한도는 2014년 정해진 것으로, 9년간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2162조원,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249만원으로 증여세 공제한도가 올라간 2014년 이후 각각 38.3%, 37.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0% 넘게 올랐다.
또 기존 5000만원 공제한도가 사실상 사문화된 법제라는 지적도 있다. 지금도 결혼할 때 부모가 전세자금 명목으로 1,2억원 정도 마련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세무당국이 이를 일일이 추적, 확인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세제 현실화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상속·증여세 개편을 포함한 세법개정안은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법 개정에 열쇠를 쥔 야당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7일 세법개정안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인구위기·기후위기 등 근본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기지 않은 빈껍데기 개정안”이라며 “평범한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과 비전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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