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제브라피시 보내는 중국…우주탐사 넘어 우주과학 경쟁
우주개발에 선도적인 미국, 유럽을 비롯한 중국 등 세계 각국이 달이나 화성 탐사 등 우주 탐사를 넘어 우주과학 연구 경쟁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우주과학이란 우주공간이나 지구 외 다른 행성에서의 생명, 화학, 물리 현상을 연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와 달리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공간이나 환경이 다른 행성은 탐사에 나서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준다. 우주개발 선도국들이 우주과학 연구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27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항공우주국(NASA) 등에 이어 중국이 공격적으로 동물을 우주로 보내는 연구에 착수했다. 2027년 달에 유인 유주선을 보낼 계획인 중국은 미세중력 상태에서 일어나는 골손실을 연구하기 위해 열대어인 제브라피시를 우주로 보낸다. 장 웨이 중국 유인우주공학 우주응용시스템 총사령관의 보좌관은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우주정거장 과학·응용 프로젝트 세미나에서 이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제브라피시는 중국이 자체 구축한 우주정거장인 톈궁에 보내진다. 실험의 구체적인 일정과 우주에서 제브라피시를 보관할 수중장치에 대해선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중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골손실은 우주비행사들의 우주임무 수행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력이 미세한 환경은 뼈의 무기질량을 감소시키고 골 형태를 유지하는 미세구조에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주임무를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들은 통상 골손실을 경험하게 된다.
크기 5cm 정도의 작은 열대어인 제브라피시는 200∼300여개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90%가 인간과 일치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에 흔히 사용된다. 중국 우주비행사의 달 탐사 임무를 앞두고 임무수행에 필요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우주임무 중 발생하는 골손실을 연구하기 위해 우주로 동물을 보낸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12년 미세중력이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이 원산지인 민물고기 메다카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2014년 같은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4월 미국 포사이스연구소 연구팀과 NASA는 골손실을 연구하기 위해 우주로 보낸 실험용 쥐를 생환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골손실을 연구하기 위한 우주환경에서의 동물실험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과학 연구에서 가장 앞선 NASA가 실험동물의 생환에 성공한 것도 지난 4월이 첫 사례다.
전문가들은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동안 진척되지 못했던 우주환경에서의 동물실험이 부쩍 활발해졌다고 평가한다.
우주로 작물을 보내는 연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20년 NASA는 무인우주선에 상추, 토마토, 무, 양파, 오이 등 11개 작물의 씨앗을 보냈다. 우주방사선 환경이 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연구가 실시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3월 수수와 애기장대의 종자를 우주로 쏘아보냈다. 우주방사선과 극한온도와 같은 혹독한 환경에 종자를 노출시켜 기후변화에 강한 작물 품종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우주 돌연변이 유발’이란 육종 기술은 홍콩에서도 시도된 바 있다. 람혼밍 홍콩중문대 교수 연구팀은 3월 ‘리조비아’라는 박테리아를 화물우주선에 실어 보냈다. 콩에서 질소를 영양분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박테리아의 작용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한국도 우주환경에서의 실험에 나서고 있다. 박찬흠 한림대 나노바이오재생의학연구소장 연구팀은 우주에서 암세포와 약물의 기전을 밝히는 귀환형 위성체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 발사 예정인 이 위성체에는 3차원 미세유체 타깃 세포배양 시스템 등 우주 궤도에서 암세포를 배양하고 항암제 반응성을 분석하는 장치들이 실릴 예정이다.
김성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우주지질연구본부 본부장은 “성공적인 우주임무를 위해선 극한환경에서 사람이 버틸 수 있게 하기 위한 바이오 분야 연구가 중요하다”며 “다만 우주 환경에서의 실험은 많은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선 지상에서의 연구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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