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손 못잡아” 우크라 펜싱선수, 러 이기고도 악수거부로 실격
국제대회에 출전한 우크라이나 펜싱 선수가 러시아 선수와의 경기에서 승리하고도 악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27일(현지시각) AFP통신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선수 올가 칼린은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펜싱선수권 개인 1회전에서 러시아 선수 안나 스미르노바를 15대 7로 꺾었다. 경기를 마치고 스미르노바가 다가와 악수를 청했으나 칼린은 고개를 저은 뒤 자신의 세이버(펜싱용 검)를 내밀었다.
이 행동으로 칼린은 블랙카드(퇴장명령)를 받고 실격 처리됐다. 당시 스미르노바는 칼린의 악수 거절에 항의해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스미르노바가 칼린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주장하기 위해 고의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칼린은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스포츠 경기장에서 러시아 선수들과 마주할 준비가 돼 있지만, 결코 그들과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며 “메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국가와 가족”이라고 했다. 또 그는 올해 초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이 중립국 소속으로 국제대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을 두고도 “우크라이나인으로서 어떻게 그들 옆에 설 수 있겠느냐”며 “그들이 매일 우크라이나를 포격하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칼린의 행동에 대한 지지가 이어졌다. 앞서 국제 테니스 대회인 ‘2023 윔블던 챔피언십’에서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과의 악수를 거부했던 엘리나 스비톨리나는 “우리의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이라며 칼린 편에 섰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트위터에 국제펜싱연맹(FIE) 계정을 태그한 뒤 “러시아 돈에서는 피 냄새가 나지 않냐”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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