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 잡히는데 경기침체 심화…ECB, 금리인상 중단 시기 놓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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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또 한번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날 ECB는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높은 물가를 지목했다.
ECB는 통화정책 방향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너무 오랫동안 너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물가상승률이 적시에 중기 목표치인 2%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각의 전문가들은 ECB가 한차례 0.25%포인트 수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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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또 한번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9차례 연속 인상을 이어가며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ECB는 다음 회의에서 동결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이번이 마지막 금리인상 일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여전히 높은 물가의 추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4.00%에서 4.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3.75%, 4.5%로 0.25%포인트씩 올랐다. 이로써 ECB의 수신금리는 2000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이날 ECB는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높은 물가를 지목했다. ECB는 통화정책 방향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너무 오랫동안 너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물가상승률이 적시에 중기 목표치인 2%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ECB는 다가오는 9월 회의에서 그간 숨가쁘게 이어온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우리는 열린 마음을 있다”면서 “금리를 인상할 수도, 동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 이후 단기 금융 시장의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50%에서 40%로 떨어졌다.
최근 유로존 경제를 드리운 침체의 그림자는 이 같은 금리 인상 중단 전망을 뒷받침한다. 지난 25일 ECB 조사에 따르면 2분기 유로존 기업의 대출 수요는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와 별개로 지난 24일 S&P 글로벌이 발표한 유로존 7월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예비치)는 6월 49.9에서 48.9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나 제조업 PMI는 42.7로 3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제조업 경기 위축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도 유로존 제조업 경기의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하는 동안, 유로존의 성장은 독일을 중심으로 작년 말부터 정체되어 왔다”고 진단했고, CNN은 “유로존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ECB의 금리 인상 일시 중단이 임박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장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에는 여전히 목표치를 훨씬 웃도는 물가상승률이 문제다. 지난 6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5.5%를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정점이었던 10.6%보다는 크게 완화됐지만 목표치인 2%와는 거리가 있다.
더군다나 물가 상승 압력 완화는 ECB의 조치보다는 천연가스 가격 하락의 영향이 크고,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1년간 소폭 하락하는데 그치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를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WSJ은 최근 유로존 경기 침체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노동시장 상황이 견고하고 임금 고공행진하면서 물가 안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 마무리 시점을 놓고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의 전문가들은 ECB가 한차례 0.25%포인트 수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제이슨 데이비스 JP모건자산운용 매니저는 “ECB의 기준금리 상승 주기가 종착지에 가까워졌다고 보고있다”면서도 “다만 ECB는 노동시장 약세와 근원 인플레이션 완화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금리 인하를 보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관측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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