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병만 "정글에서 만난 임지연·김세정...여전히 서로 응원"

유수경 2023. 7. 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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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와 단독 인터뷰 가진 김병만
'정글의 법칙' 인연 소중히 여기는 족장
촬영 때 만난 네팔 아이들 위해 학교 건립
'떴다! 캡틴 킴'으로 새로운 도전 중
김병만은 지난 2013년 네팔에 학교를 건립했다. 현재 두 번째 학교도 짓고 있다. 스카이터틀 제공

개그맨 김병만은 명실상부 '도전의 아이콘'이다. 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그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감탄과 걱정이 동시에 솟구친다. 과거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족장으로 병만족을 이끌었던 그는 MBN '경비행기 힐링 어드벤처-떴다! 캡틴 킴'(이하 '떴다! 캡틴 킴')으로 돌아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실제로 김병만은 대한민국 연예인 최초로 사업용 비행기 조종사가 됐다. 여기엔 특별한 사연이 있다. 2017년 7월 20일, 미국에서 스카이다이빙 인스트럭터(전문가) 교육을 마치고 솔로 비행을 하던 그는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쳤다. 하지만 강한 정신력 덕에 사고 발생 순간에도 의식을 잃지 않았다. 큰 수술 이후 재활 치료를 하면서 깊은 좌절감에 빠진 김병만은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세웠다. 막연한 꿈이었던 비행에 도전하기로 한 것. 인생에서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공부를 한 것도 처음이었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방송이 천직으로 느껴지지만 정작 김병만은 "난 스타성이 없다. 행사장 가서도 수줍어 한다"고 털어놨다. "'달인' 때도 연습하러 다니느라 소위 뜬 걸 몰랐어요. PD님이 '너 요즘 잘 나가는 거 알지? 인기 많다' 하시더라고요. 그게 꿈이었고 칭찬받고 싶었으니까 기분이 좋았죠. 저는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칭찬입니다. 비행 훈련하면서 무안에서 3년간 있던 적도 있어요. 그때 땅 파서 연못도 만들고 했는데 어른들이 '이런 것도 하냐. 참 열심히 사네'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너무 기분이 좋았었죠."

김병만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을 전파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저더러 '돈이 많으니까 할 수 있지'라고 하는데 결코 아니에요. 저는 빚이 있었고 여기까지 올라오는 게 쉽지 않았어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꿈을 정해놓진 않잖아요. 사는만큼 늘어나기 마련이죠. 꿈이 결국 목표라고 생각해요."

김병만은 지난 2013년 네팔에 학교를 건립했다. 현재 두 번째 학교도 짓고 있다. 스카이터틀 제공
김병만은 지난 2013년 네팔에 학교를 건립했다. 현재 두 번째 학교도 짓고 있다. 스카이터틀 제공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그는 '정글의 법칙'을 통해 만난 이들과 지금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저랑 모든 사람이 통할 순 없어요. 좋은 시너지를 얻고 그랬을 땐 고마운 사람이 되는 거죠. 누군가 만나고 마이너스가 되면 미울 수도 있잖아요. 그렇지만 그 미워함을 글로 표현한다는 건 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유튜브에 영상 올린 사람들도 직접 만나볼까 생각도 했어요. 저 역시 실수를 묵인하진 않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뒤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반성할 건 하고 그러면서 저만의 뜻깊은 봉사도 하고 있고요."

세간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김병만은 지난 2013년 네팔에 학교를 지었다. '정글의 법칙' 촬영을 갔다가 만난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보통 후원금을 모아서 선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는 "내 돈으로 학교를 지었다"고 말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아이들이 학교에 못 가요. 세 시간을 내려가서 공부하고 올라오는데, 당시에 스태프들이 돈을 걷어서 노트와 가방도 사주고 학교를 증축해준단 약속을 했어요. 그러고서 1년 뒤에 제가 학교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네팔 지진이 났을 때 무너졌단 소식을 들었거든요. 너무 안타까웠는데 나라에서 보상을 해줬다는 얘길 들어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현재 두 번째 학교도 짓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는 비단 자신만 힘든 게 아니라 '정글의 법칙' 때 만난 수많은 연예인들이 비슷한 스트레스와 고민을 안고 있다고 했다. 정글에서 서로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누던 시간은 지금도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들로 남아있다. "임지연 배우도 정글 갔다와서 잘 됐어요. 성격이 좋아요. 가수 홍진영, 김세정과도 너무 친하죠. 세정이는 어머니 고향이 전북 김제라 저랑 같다고 하더라고요. 드라마에서 보면 응원하고 '(바빠서) 이제 못 보는 거 아니냐' 농담도 하죠. 이다해도 정글에서 열심히 했는데 아직도 고맙다고 그래요. 박세리도 일년에 한번 통화를 해도 어제 한 것처럼 반갑고 편안하죠."

김병만은 비행기 조종사로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있다. 스카이터틀 제공

'달인'과 '족장'에 이어 김병만의 새 캐릭터는 '캡틴'이다. 그는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 비행기 조종사가 없더라. 여객기까지 갈 수 있는 자격증을 딴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정말 어려운 시험인데 3년이 걸렸다. 잘못 알려진 건 시험에 31번 떨어져서 32번째에 붙은 게 아니라 15과목을 총 31번 시험 봐서 합격한 거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할 때라 집 안 곳곳 내 눈이 닿는 곳에는 전부 영어를 써서 붙여놨다. 12주 동안 그런 식으로 공부를 해서 비행 용어를 알아갔다"고 그간의 노력에 대해 털어놨다.

김병만은 2019년 타우랑가 에어로 클럽에 회원으로 들어가 이착륙 연습을 시작했다. 여기서도 그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번 떠서 스무 번을 이착륙하는데 성공해 별명이 '크레이지 킴'이 됐다며 웃었다. "다음엔 30번 할 거라 했더니 아직 제 기록이 안 깨졌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비행기가 엄청 비쌀 거라 생각하는데 저는 비싼 차도 안 사요. 차를 팔아 돈을 모아서 이번에 중고 비행기를 사려고 합니다."

20년 넘게 시청자들에 웃음과 감동을 전하며 치열하게 달려온 그의 최종적인 꿈은 뭘까.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제가 행복하고, 끝났을 때 제 주위에 식구라고 하는 동료들이 있는 것. 지인들이 모여사는 작은 병만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돈이 많다고 잘 사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잘 사는 게 저의 꿈인 거죠. 그 행복감을 느끼려면 주위에서 칭찬해 주는 사람도 필요하고 제가 칭찬할 사람도 있어야 해요. '정글의 법칙' 스태프들과 평생 같이 가고 싶어요. 저는 땅 파고 나무 심고 흙냄새를 너무 좋아하는 원주민이에요.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 않을까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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