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고 우승, 정말 자랑스럽다"…'국민타자'도 '레전드 포수' 아들도, 숨길 수 없었던 미소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무려 30년 만의 청룡기 우승. 경북고등학교 출신의 선배들이 모교의 선전에 함박미소를 지었다.
경북고등학교는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물금고등학교를 4-1로 격파하며 정상에 올랐다.
경북고는 투구수 제한 규정으로 인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에이스 '전미르가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승헌이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7이닝 동안 투구수 104구, 7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승리의 기반을 마련했고, 박성훈(⅓이닝 1실점)과 박관우(1⅔이닝)가 차례로 등판해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잠갔다.
투수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지만 '에이스'의 활약은 돋보였다. 전미르는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 2, 3루 찬스에서 선취점을 뽑아내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안정환이 3타수 1안타 2득점, 김세훈이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는 등 경북고가 청룡기 우승을 거두는데 선봉장에 섰다.
경북고가 청룡기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은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아마추어로 몸담고 있던 지난 1993년 이후 무려 30년 만의 8번째. 우승을 청룡기가 아닌 전국대회로 범위를 넓힐 경우에는 2015년 봉황대기 이후 8년 만에 '왕좌'에 오른 것이다. 경북고의 우승 소식에 '선배' 야구인들은 함박미소를 지었다.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에 앞서 이승엽 감독은 '경북고가 우승했다'는 말에 "했습니까?"라고 되물으며 "전통은 어디 가지를 않는 것 같다. 오래 걸렸지만 30년 만의 우승, 자랑스럽다"고 미소를 지었다.
경북고는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한 '명문고'지만, 청룡기 우승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분명하다. 이승엽 감독은 "광주일고, 경남도 등 전통이 있는 학교가 많지 않느냐. 이렇게 전통이 있는 학교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라며 "경북고의 야구가 조금 약해진 것은 사실인데, 이번 우승을 계기로 경북고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한 번 우승할 때 쭉 해야 된다. 다음 대회에서도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에 소속돼 있는 경북고 출신들도 모교의 우승 소식을 접한 뒤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993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해 KBO리그 통산 519경기에 등판해 71승 31패 54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 현재 롯데의 1군 투수 코치를 맡고 있는 김현욱 코치는 "오늘(27일) 중계를 봤다"고 웃으며 운을 뗐다.
김현욱 코치는 "후배들이 잘해서 아주 자랑스럽다. 이승엽 감독 이후로는 30년 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래됐지만 옛날 역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전통이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앞으로도 이를 통해 프로에서도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서도 "후배들을 위해 도와준 것이 없기 때문에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정말 멋지고 자랑스럽다. 남은 대회에서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북고를 졸업한 뒤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레전드 포수' 진갑용 KIA 타이거즈 코치의 아들 진승현도 후배들을 격려했다. 진승현이 3학년이던 시절 1학년 후배들이 우승을 거둔 까닭에 경북고의 우승이 더 와닿는 듯했다. 진승현은 "경(북)고인으로서 영광이고,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이어 진승현은 "내가 경북고에 있을 때 하고 싶었던 우승인데, 학생 때 함께 있었던 동생들이라 더욱 뿌듯하다"며 "(전)미르와 (김)준원이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오늘(27일) 잘 던져준 (이)승헌이도 대견하다"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 경북고 출신의 '안경에이스' 박세웅 또한 "야구장에 온 뒤 소식을 들었다"며 후배들의 선전을 기뻐했다.
한편 경북고 '에이스' 전미르는 '투·타' 활약을 통해 최우수선수상과 함께 수훈상을 손에 넣었고, 결승전에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로 역투한 이승헌은 우수투수상을 받으며 기분 좋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 롯데 자이언츠 김현욱 투수 코치, 진승현, 박세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롯데 자이언츠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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