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섭의 내로남불] "임금도 비 안오면 맨발로 산 오르고 기우제 지내는게 책임"이라는 이재명, 당 책임은 다른가요

임재섭 2023. 7. 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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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가 기각되자 "탄핵 기각 결정문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면서 "임금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내러 가고 맨발로 산을 오른다. 그게 책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장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판결문에서도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이 장관의 잘못을 비판한 대목이 서술돼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정부에만 '누군가 책임지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야당이니까 무한 책임을 지는 정부와 다르다'고 말한다면 내로남불로 비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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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가 기각되자 "탄핵 기각 결정문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면서 "임금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내러 가고 맨발로 산을 오른다. 그게 책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 1명도 아니고 159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졸지에 아무 잘못 없이 정부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뭐가 그리 잘났냐. 뭘 그리 잘했느냐"라면서 "탄핵이 기각되면 '탄핵은 기각됐지만 죄송합니다. 책임지겠습니다. 우리가 부족했습니다'라고 해야 정상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용산을 향해 "여당은 양심을 회복하고 최소한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고, 페이스북에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상민 장관 해임·사임해야 한다"는 글도 올렸다.

이 대표가 주장한 대로 법적인 책임과 정치적인 책임은 분명 다르다. 당장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판결문에서도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이 장관의 잘못을 비판한 대목이 서술돼 있다. 이 장관 본인도 탄핵 기각 판결 직후 "제 탄핵소추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고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기각 결정을 계기로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더 이상의 소모적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거취 여부를 따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말로 '제물'을 찾는 것도 '분풀이'의 영역일 뿐, 시스템의 개선에는 도움이 될 리 없다. 민주당이 무한한 책임을 갖고 제정하겠다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역시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주요 내용으로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직권으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조사를 수행하고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언제든지 국회에 요청할 수 있고 △피해자 구제 및 지원에 관한 업무수행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10ㆍ29이태원참사피해구제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간병비를 포함한 의료지원금의 지급, 심리지원, 근로자 치유휴직 등 생활비를 포함한 교육ㆍ건강ㆍ복지ㆍ돌봄ㆍ고용 등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국가 등이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개발ㆍ시행하고, 공동체 복합시설을 설치하며, 10ㆍ29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의 추모와 추가진상조사등을 위해 추모공원 조성, 추모기념관 건립, 추모제 개최 등 추모사업과 재단 설립을 지원하도록 하고 △조사위원회의 위원ㆍ직원 또는 자문기구의 구성원이나 감정인을 폭행 또는 협박하거나 위력 또는 위계로써 그 직무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 벌칙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구성돼 있지만, 당시 법안으로 새롭게 사고 원인을 밝혀내거나 재발방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오히려 이 대표가 주장한대로라면 이 대표는 당 대표가 되고 난 뒤 발생한 사안에 대해 법적인 책임이 없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설령 '사법리스크'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이뤄진 것이라도 당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그의 위치를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기우제를 지내러 가고 맨발로 산을 올라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정부에만 '누군가 책임지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야당이니까 무한 책임을 지는 정부와 다르다'고 말한다면 내로남불로 비칠 수밖에 없지 않을까.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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