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공서열·칸막이 문화 여전…"공동 합의된 목표 필요"
"명확한 목표설정, 성과에 따른 명확한 보상 따라야"
[편집자주] 공직사회가 낙후된 민간조직의 문화를 이끌고 사회 전반에서 개혁을 주도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민간의 경쟁력이 공직사회를 앞서나가며 공직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공직 사회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5회에 걸쳐 싣는다.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부처(부서)이기주의, 부패, 비리, 무책임, 무사안일, 무소신, 관료주의 등의 용어로 표현된다.
공무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상이 짙어지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과제가 공무원 개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공직사회 변화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일 하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승급과 승진을 할 수 있는 연공서열제에서 '능력과 승진을 별개'로 인식하는 문화가 공무원 조직에 뿌리 깊게 남아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이런 인식은 공직사회의 건전성을 해치고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고질적 병폐로 작용하고 있다.
인사권자의 막대한 권력 행사가 통하다 보니 친분이나 '라인'을 타는 승진 구조가 아직도 잔재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부산시 산하기관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인 것도 이 같은 시각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없던 자리를 새로 만들고 특정인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인 것은 이런 패턴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문제가 있었던 공무원이 시 산하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사례도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산항만공사 자회사인 부산항보안공사의 경우 초대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청와대 경호처 출신이다. 부산 항만국경 보안업무를 수행하는 중요 기관임에도 관련 경력이 전무한 사람들로 채워졌다는 비판이 수차례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노조도 외부 전문가 영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달라진 것은 없는 실정이다.
자기 부서의 내부 이익만을 추구하는 '칸막이 문화' 또는 부서 이기주의도 공무원 조직개혁의 선결과제로 꼽힌다. 부서 직능간 내부 권력 유지를 위해 이해관계로 결집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장벽을 쌓는 이른바 '사일로'(silo) 현상은 조직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월 부산 내부순환(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 터널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토사유출 사건은 전형적으로 관계자와 기관간 소통 부재와 '맡은 업무가 아니라서, 매뉴얼이 없어서, 보고의무가 없어서'라는 떠밀기 식의 업무 자세가 부른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기관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사고 및 응급조치 상황을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고의 경우 최초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흘이 지나서야 최종 보고자인 부산시 행정부시장(당시 시장 직무대행)에게 보고됐다. 이와 관련해 시 감사위원회는 '늑장보고' 등 문제를 초래한 건설본부 간부 등 관계 직원에게 징계 요구와 훈계 조치했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공직자의 사적 이익추구도 사회적 문제다. 지난해 8월 경찰 수사로 드러난 부산시청 공무원들의 컴퓨터 프로그램 조작을 통한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령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두고 당시 시민들은 관료주의가 야기하는 전형적인 문제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3월에는 폐쇄회로(CC)TV 등 무인단속기 납품 브로커에게 뇌물을 받고 계약체결에 도움을 준 혐의로 부산·경남지역 공무원 6명이 구속되고 1명이 불구속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무인단속기 납품계약 체결에 대한 도움이나 인사청탁 비용으로 공무원들은 총 21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 산하 연구 기관인 감사연구원이 2017~2021년 5년간 감사원과 행정안전부, 시도 감사 기구가 감사한 내용 전체를 분석한 결과 지자체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건수는 2016년 1425명에서 2020년 1716명으로 연평균 6.5%씩 늘었다. 이 가운데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범죄는 2016년 146명에서 2020년 226명으로 4년 만에 54.8% 늘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이 행정을 사회문제 해결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 집행 수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조직의 변화발전이 어렵다고 진단한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권위주의 문화와 조직운영, 이익 확대와 이권 확보를 위한 행정을 하며 아직도 국민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려는 의식이 공무원 조직 내 팽배하다. 국민·사회적 기준에 중심을 둔 행정이 아닌 공무원 기준에 의한 행정처리가 이뤄지는 경향도 크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개인 이익이나 파벌 이익의 극대화가 우선되기보다 조직 전체의 능률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공동의 합의된 목표를 가지고 구성원들의 윤리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세억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사회에서 관할권을 둘러싸고 영역 지키기, 친분을 동원해 영역을 확장시키려는 현상 등이 많이 나타난다. 이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질적이면서도 큰 문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관장 평가지표에 부서간 협력, 협업 성과에 대한 점수 항목을 제도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관장의 의지와 솔선수범이 조직 전반의 문화, 실무에서 확산될 수 있어 이 제도 자체가 부서 이기주의를 줄일수 있는 장치로 쓰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행정조직 내 새로운 인물 영입에 그치지 않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 제도적 장치와 소신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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