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원래 아프다? ‘병든 인식’이 병 키운다[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3. 7. 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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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든다는 착각
베카 레비 지음│김효정 옮김│한빛비즈
관절염 등 부정적 이미지 대신
‘젊은 인식’ 심어준 실험 집단
남들보다 신체적 기능 향상돼
철인3종 완주한 90대 등 소개
“나이들어서 그래” 선입견 비판
긍정적인 사고의 필요성 역설
게티이미지뱅크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철학자의 명언을 빌려 오지 않아도, 말과 생각이 우리의 실제 삶과 성취에 끼치는 힘에 대해 설파해 온 학자들과 책은 차고 넘친다. 개인의 의지나 노력, 태도 등을 강조하는 심리학서나 자기계발서는 종종 본질적 문제를 가려버리는 ‘손쉬운 해결책’이라 비판받기도 하지만, 불안과 걱정의 바다에 빠진 현대인들에겐, 꽤 든든한 ‘지푸라기’가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새로운 ‘지푸라기’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겪고, 또 염려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노화’에 관한 한 말이다. 그런데 우리를 물에서 건져 올리는 방식이 기존 노화 책들과 다르다. 식후 30분 이상 걷고, 소식을 하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라는 식의 ‘노화 방지’ 팁이나 조언은 없다. 예일대 공중보건 및 심리학과 교수이자 저명한 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큰 틀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을 일러주긴 하지만, 운동이나 음식보다 중요한 것으로, 마음과 정신을 강조한다. 우리의 노화와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긍정적인 연령 인식’이라는 주장. 그러니까, 나이 듦에 적용한 ‘긍정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나이가 든다’는 명징한 사실을, 착각이라고 ‘선동’하는 제목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너무 쉽게 ‘나이 탓’을 하는 습관과 심리, 사회적 분위기, 뿌리 깊은 고정관념 등에 제동을 걸며, 당연한 것에 의심을 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읽어 볼 이유가 충분한 책이다. 무엇보다, 누구나 ‘생각대로’ 살고 싶으니까. 여기에 ‘생각하는 대로 나이 드는 법’이 절대 빠질 수 없으니까.

책은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과 노화에 관한 통념을 하나씩 깨트리며, ‘늙음’이 “생물학적 과정을 뛰어넘는 사회적, 심리적 과정”임을 증명해 나간다. 우리는 우리를 지배하는 문화의 형상에 따라, 또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에 따라, 얼마나 어떻게 늙을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노인’ 하면 고정적으로 떠올려지던 이미지, 즉 부정확하고 유해한 고정관념들부터 지워야 한다. 예를 들면 노인은 학습 능력과 인지 능력, 창의력이 필연적으로 떨어지고, 많은 수가 치매를 겪으며, 연약하니 운동은 피해야 한다는 것. 또 고령의 근로자는 직장에서 일을 제대로 못한다거나 운전을 못한다거나 부상당하면 회복하기 어렵다, 그리고 섹스를 하지 않는다 등. 몇 세부터 노인으로 규정할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몫으로 떼어두고, 책은 이를 하나하나 반박한다. 50세에 달리기를 시작해 90세가 넘어서도 철인3종경기를 완주하는 수녀, 수천 종의 버섯을 식별할 수 있는 70대 버섯 채집꾼 등 저자가 직접 발굴한 사례들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건 다양한 연구 결과다. 저자의 실험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튼튼한’ ‘원기 왕성한’ 등 긍정적 연령 인식 자극을 받은 고령의 피실험자들은 중립 집단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체 기능이 향상됐다. 또 미국 국립노화연구소가 30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나이 듦에 대한 자세에 따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에 차이가 났으며, 장기적으로 노년기 정신질환과 심혈관질환 유발률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니까 퇴화 대신 ‘숙성’, 무릎 통증 대신 ‘달리기’, 포기 대신 ‘기회’, 치매 대신 ‘지혜’ 등 긍정의 말로 ‘자기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이지만, 동시에 생물학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임을 자각하라는 것.

노화심리학 선구자의 열정적인 설득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든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거기엔 중력과 본능을 거스르는 일만큼 거대한 에너지와 정교한 기술이 필요해서다. 또한 책이 지적하듯 고령화와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문화, 일부 의료계와 뇌과학계의 태도는 우리를 체념하게 만든다. 이들은 “늙어서 그렇다”는 식의 ‘사악한’ 언어로 일상적인 ‘연령 차별’을 일삼는데, 그것이 워낙 오래되고 의례적이어서 ‘정상’으로 보인다는 것도 함정이다. 따라서 책은, 개인의 자각과 인식, 차별에 대항하는 비판 의식을 강조하면서, 여성과 성 소수자의 인권을 향상시킨 사회적 해방운동이 연령 차별에서도 일어나야 하며, 우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이로부터의 해방. ‘죽음’이라는 인생의 유일한 답을 향해 가는 찰나의 삶에서, 그것은 허무맹랑한 꿈일까. 책은 표정을 바꾼다. 한가한 소리가 아니라, 시급한 사안을 논하는 중이라고. 세계 인구의 24%가 현재 50세 이상이고, 지금 우리는 5세 미만보다 64세 이상 인구수가 더 많은 인류 역사상 처음인, 모두가 ‘노화’ 중인 시대를 살고 있다. 380쪽, 1만98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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