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을 때 내 부고를 직접 써본다면… 삶의 답이 보이지 않을까[북리뷰]

박세희 기자 2023. 7. 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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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다.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는 지금까지 800명 이상의 부고 기사를 써온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부고 전문 기자 제임스 R 해거티가 전하는 '부고 이야기'다.

저자는 이것들 대신, 고인이 추구했던 바를 드러내면서 생전 모습이 생생하고 디테일하게 그려진 것이 좋은 부고라고 이야기한다.

"보나마나 망칠 것이 뻔한 가족들에게 내 부고를 맡기지 말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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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제임스 R 해거티 지음│정유선 옮김│인플루엔셜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다. 코미디, 액션, 신파. 장르는 각각 다르겠지만 누구나 책 한 권만큼의 이야깃거리는 가지고 있다. 누가, 언제, 몇 살을 일기로 사망했다는 몇 줄의 간략하고 건조한 글만을 남기고 이생을 떠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는 지금까지 800명 이상의 부고 기사를 써온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부고 전문 기자 제임스 R 해거티가 전하는 ‘부고 이야기’다. 그는 유명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부고를 쓴다. 그가 하는 일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인생을 ‘이야기’로 남기는 일이다.

책에는 여러 종류의 부고가 등장한다. 수상 실적을 줄줄이 나열한 것, 과장된 미사여구로 가득한 글, 상투적인 표현으로 점철된 부고 등. 저자는 이것들 대신, 고인이 추구했던 바를 드러내면서 생전 모습이 생생하고 디테일하게 그려진 것이 좋은 부고라고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노력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이 세 가지는 부고를 구성하는 주요 뼈대이며, 고인의 삶에 영향을 준 요인, 배우자나 연인을 만나게 된 사연, 고인이 즐겨하던 취미 생활 등은 부고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소재들이다.

저자는 ‘유머’도 강조한다. 보통 고인의 엉뚱하거나 기이한 면모는 부고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부고마저 재미없다면 죽는 데 무슨 낙이 있겠느냐”며 “우리의 실수와 유쾌한 순간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책은 ‘유쾌한 부고’의 한 예로 캐나다의 만화가 마이클 드애더가 쓴 모친의 부고를 전한다. “쿠폰 수집가이자 수제 쿠키 장인, 위험한 운전자, 무자비한 카드 플레이어이자 자칭 ‘퀸 비치’(Queen Bitch)였던 마거릿 매릴린 드애더가 2021년 1월 19일 화요일에 사망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부고는 “손가락 욕을 잘했다” “차를 데우려 버너를 켜놓은 사실을 잊어버려 수많은 찻주전자를 태웠다” 등의 일화를 전하며 유쾌하게 고인을 추억한다.

저자는 자신의 부고를 미리 써볼 것을 권한다. “보나마나 망칠 것이 뻔한 가족들에게 내 부고를 맡기지 말자”면서. 지금 내 부고를 써봄으로써 현재의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답을 얻게 될 수도 있다. 부고에 담긴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를 바꿀 기회가 아직 우리에게 있는 것은 행운이다. 396쪽, 1만8000원.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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