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회화'의 진수…박미나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展

김일창 기자 2023. 7. 2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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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기본 요소인 색채와 형태에 반영된 동시대의 사회 문화적 메커니즘을 집요하게 탐문해 온 박미나 작가의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가 오는 10월8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박미나는 붓질하기를 포함한 다양한 그리기의 과정에 개인차가 반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수의 도움 없이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홀로 수행하는 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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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 에르메스서 10월8일까지
2023-녹색-소파 , 2023, 캔버스 위에 아크릴, 257 x 290cm 사진 김상태 ⓒ 에르메스 재단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회화의 기본 요소인 색채와 형태에 반영된 동시대의 사회 문화적 메커니즘을 집요하게 탐문해 온 박미나 작가의 개인전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가 오는 10월8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박미나는 붓질하기를 포함한 다양한 그리기의 과정에 개인차가 반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수의 도움 없이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홀로 수행하는 화가이다.

1999년 이래 박미나는 집과 하늘, 색칠공부 드로잉, 스크림(Scream), 색채 수집, 딩뱃 회화 등 개념적으로 새로운 회화 연작을 다수 제안한다. 이 가운데 물감 수집은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자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의 습벽과 무관하지 않다.

컬러 스트라이프와 가구 다이어그램이 쌍을 이루는 연작의 시작은 2003년 오렌지 페인팅이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시장의 과열 이후 늘어난 유동자금이 미술 시장으로 흘러 들어와 미술투자 붐이 일었을 때, 어느 갤러리스트에게서 '오렌지 페인팅'이 있는지 문의를 받은 것이 작업의 실마리였다.

박미나는 이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오렌지 물감을 모두 수집해 보기로 결심하는데, 그 결과 관념화된 색의 인지가 얼마나 관행적이며 현실과 부조화하는지 확인한다. 다만, 박미나는 이때 물감들을 3cm 두께로 칠하고 당시 유행하던 2인용 소파 크기에 맞는 가로형 스트라이프 페인팅으로 완성했다.

오렌지색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색을 분류하는 아홉 가지 범주를 포괄하는 것으로 확장하면서 2004년 '아홉 개의 색과 가구'로, 그리고 이번 전시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로 진화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수집한 물감은 총 1134개에 이른다. 특히 2010년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상용화로 럭셔리 소비재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고급화된 주거와 그에 부합하는 고급 가구들이 일상의 눈요깃거리가 된 현실을 반영한다.

작가는 동일한 명칭을 갖고 있는 물감들을 수집해 제조사와 물감 이름을 알파벳 순서로 기계처럼 정확하게 반영해 캔버스에 적용했다. 일련의 컬러-가구 작업에서 컬러의 명칭에 절대 부합할 수 없을 것 같은 물감 존재들이 드러나는 것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박미나는 로드 아일랜드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뉴욕 시립대학원 회화과 석사 등을 마쳤다. 199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고, 2000년부터 여러 단체전에 참가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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