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미’는 정말 빠르네…극한호우 끝나자마자 ‘초조생종 벼’ 수확 한창
빠르기는 정말 빠르다. 극한호우가 끝나고 폭염이 찾아온 들판에서 벌써 벼가 수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수확하는 벼인 ‘빠르미’이야기다.
지난 26일과 27일 충남 서천군 시초면의 논 2㏊에서는 한 농민이 콤바인을 이용해 빠르미를 수확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충남 보령시 청소면에서도 빠르미의 수확이 진행됐다. 이후 예산에서도 수확이 시작됐고, 당진에서는 다음 주부터 수확이 이루어진다.
충남도는 도농업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빠르미’가 최근 곳곳에서 수확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빠르미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수확하고, 재배 기간이 가장 짧은 벼 품종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노지에서 이기작(같은 작물을 1년에 같은 농지에서 2차례 재배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품종이다. 같은 논에 빠르미를 심어 수확한 뒤 다시 빠르미를 심어 수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노지에서의 이모작(1년에 서로 다른 작물을 같은 농지에서 2차례 재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옥수수·감자·강낭콩 등을 재배하고 나서 같은 곳에서 빠르미를 재배하거나, 빠르미를 재배하고 나서 같은 곳에서 감자·배추 등을 재배할 수 있다.
빠르미는 시설하우스에서의 삼모작(서로 다른 작물을 1년에 3차례 재배하는 것)에 성공한 품종이기도 하다. 충남농업기술원은 시설하우스에서 수박을 먼저 키운 뒤 빠르미를 심어 수확하고, 오이를 재배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충남농업기술원은 2009년부터 국내·외 조생종을 교배하는 방법으로 이 벼를 개발했다. 이앙부터 수확까지의 기간이 80일 안팎에 불과하다. 충남지역의 대표적인 쌀 품종인 삼광벼의 재배기간이 130일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50일가량 수확을 앞당길 수 있는 셈이다.
빠르미는 온실가스 감축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빠르미는 재배 기간이 짧아서 농자재구입비·인건비 등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물론 물 사용량은 30% 이상, 비료 사용량은 10% 이상 각각 절감할 수 있다.
빠르미는 요즘과 같은 극한호우 속에 이앙 시기를 조정함으로써 자연재난을 피해 재배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로 이번 극한호우로 피해를 본 일부 지역에서는 침수로 수확이 어렵게 된 작물을 빠르미로 대체해 재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충남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호우피해 지역에서 지금부터 빠르미를 재배하면 수확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왔다”면서 “적어도 8월초까지 빠르미를 대체 작물로 심는다면 수확량은 다소 떨어지지만, 늦가을 수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빨리 수확한 빠르미는 여름철 햅쌀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진해나루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 경우 수확한 빠르미를 GS슈퍼와 롯데마트 등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 여름 햅쌀은 빠르면 이달 31일부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빠르미의 위력이 확인되면서 이 벼를 재배하는 농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21년 농가에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 최소한 40농가 이상이 40㏊ 이상의 논에서 이 벼를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충남농업기술원은 보고 있다.
윤여태 충남농업기술원 답작팀장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선 초조생종 벼 품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며 빠르미 품질과 재배 안정성을 높인 신품종 벼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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