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받으면 구멍난다?”…대장내시경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인터뷰]
ㅣ[인터뷰] 내과 전문의 이효근 원장
ㅣ젊은 대장암 환자 증가…20~30대도 대장내시경 검사 필요
ㅣ대장내시경 검사 시 천공 생길 확률은 0.01~0.05%에 불과
최근 젊은 대장암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저명한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해외 연구에 따르면 국내 20~49세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대상 42개국 중 가장 높은 발병률을 자랑했다. 젊은 대장암 환자는 건강검진 등으로 대장암을 조기 발견할 기회가 적고 관련 증상이 나타나도 대장암을 의심하지 않아 예후가 나쁘다. 특히 대장암은 그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암'으로 불린다. 내과 전문의 이효근 원장(기쁨내과)은 급속도로 늘고 있는 대장암을 대처하기 위한 현명한 방법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언급했다.
그러나 대장내시경 검사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 검사를 위해 장을 비우는 과정이나 검사가 동반한 불편한 감각, 큰 병원을 찾아야 할 것 같은 심리적 부담감 때문이다. 여기에 대장내시경 검사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소문은 더 과장된 부담감을 가지게 한다. 이로 인해 대장내시경을 미루게 되고 자칫 관련의 조기 발견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대장내시경 검사에 대한 오해에 대해 이효근 원장이 속 시원하게 답했다.
Q. 최근 나타나고 있는 대장암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조기 발병 대장암이 늘고 있으며, 젊은 연령에서의 대장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50세 이전에 진단되는 암들을 통상적으로 조기 발병 대장암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조기 발병 대장암이 굉장히 늘고 있는 추세죠. 이러한 원인으로는 서구화된 식습관, 생활환경, 비만, 운동량 감소 등이 꼽힙니다.
대장암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합니다. 대장암이 있는 경우 혈변, 변비, 설사, 배변 습관의 변화, 소화불량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증상은 대장암만의 특이적 증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장암은 무증상도 많기 때문에 대장내시경을 통한 예방이 중요합니다. 국가에서도 암 검진 사업을 하고 있고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권고하는 이유죠. 따라서 대장암 발병 위험요인(육류 위주의 식습관, 비만, 흡연, 음주, 가족력 등)에 해당된다면, 대장내시경을 통해 예방에 힘써야 합니다.
Q. 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장 질환이 심한 상태여서 염증이 심해 가스가 많이 생성되어 위험한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진단 목적과 질환의 중등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꼭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염증성 장 질환으로 불리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또한 대장암의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장 질환을 앓더라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대장내시경 검사는 반드시 큰 병원에 가야 하나요?
대장내시경 검사는 병·의원에서도 가능합니다 정기적 검진을 가까운 곳에서 생활화하고 만약 이상소견이 발생하거나 중증질환으로 의심될 때에 큰 병원을 방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주치의처럼 검사와 상담을 주기적으로 받는 곳이 있다면 검사 결과도 일관성 있게 추적하면서 맞춤관리 교육을 받는 것이 평상시 관리에 유리할 수 있겠죠.
중요한 것은 얼마나 숙련된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느냐입니다. 대장내시경 검사 자체가 숙련된 기술을 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학습 곡선(Learning curve)이 다른데, 대장내시경 검사 기술은 대부분 학습 속도가 느린 기술 중 하나입니다. 습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높은 집중도를 필요로 하기에 의사마다 용종 발견율에 차이가 있습니다.
대장내시경 학회에서는 밝힌 선종 발견율(Adenoma Detection Rate, 이하 ADR)은 남성 30%, 여성 20%입니다. ADR을 높이고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관찰 시간을 늘리고 장정결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진행한결과 대장내시경 학회에서 제시하는 ADR보다 상회하는 발견율을 보입니다. 이처럼 대장내시경은 충분히 숙련된 소화기 내시경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대장내시경을 자주 하면 부작용으로 천공이 발생한다는데요?
대장내시경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천공과 출혈이 언급되지만, 천공은 잘 나타나지 않는 부작용입니다. 천공은 주로 내시경 점막절제술이나 조직검사로 장에 도구를 써서 시술하는 중에 발생합니다.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천공이 생길 확률은 0.01~0.05% 정도로 매우 희박합니다. 물론 복부에 외과적, 산부인과적 수술을 한 경우에는 장유착이 있어서 이를 뚫고 진입하기 위해 내시경에 평소보다 많은 힘을 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시술자가 매우 주의해서 시행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장내시경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이와 같은 수술력이 있을 때는 무리하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천공과 함께 또 다른 부작용으로 언급되는 출혈은 천공보다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심장에 스텐트를 넣는 시술을 받거나 뇌졸중으로 약을 먹거나, 항혈소판제 복용을 했을 경우에 발생합니다. 이러한 경우는 검사 전 의사와 충분히 상담을 한 후 검사를 진행하면 됩니다.
Q.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때 다른 사람의 몸속에 들어갔던 내시경 기구를 계속 사용해도 안전상의 문제가 없을까요?
내시경 세척술기와 소독제가 많이 발전되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한소화기내시경 학회에서는 내시경기기의 올바른 세척 및 소독을 위해 1995년부터 내시경 세척 및 소독 지침을 제정하여 공고하고 있습니다. 소독은 전세척, 세척, 소독, 헹굼, 건조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로 인한 감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럼에도 우려를 표하는 환자들을 위해 저는 일회용 시술 기구를 사용하여 감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Q. 대장내시경 검사로 조기진단할 수 있는 질환은 대장암 외에 어떤 질환들이 있을까요?
대장내시경을 통해 대장암과 대장암의 씨앗이 되는 선종을 발견, 제거하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복부 불편감, 배변습관 변화 등 하부 위장관 질환이 있을 때 염증성 장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호발하는 결핵에 대하여 장결핵,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베쳇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또 노인의 경우 장에 공급되는 혈관이 좋지 않아 혈류가 감소하여 허혈성 장염이 자주 관찰되고 진단됩니다. 이에 게실 유무도 대장내시경 검사로 합니다.
Q. 대장내시경 검사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장 정결제입니다. 좀 더 편한 방법으로 장 정결제를 복용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정확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서는 장 내부를 깨끗하게 비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장 정결제를 복용하는데요. 2019년 5월에 정제형 장 정결제가 출시됐습니다. 기존에는 액체로 된 장 정결제를 복용하였는데, 대장하제 특유의 맛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복용에 어려움을 겪었죠. 알약은 대장하제 특유의 맛이 없어 복용하기가 수월하여 만족도가 높습니다. 총 28알을 2번에 걸쳐 복용해야 하는데, 복용 후 1시간 동안 물 1L씩 마셔야 합니다. 장 정결제 특유의 맛이 없는 장 정결제가 점차 늘고 있고, 이에 복용법이 많이 수월해져 이전보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전 불편함이 줄어들었습니다.
Q.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할 때 가장 유의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대장내시경 검사는 다른 검사들과는 다르게 장 정결제를 복용하고 하는 검사입니다. 검사 전 처치가 힘들죠. 그래서 한번 검사할 때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얻어야 합니다. 대장내시경 검사에 있어서 대장암, 용종을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죠. 특히 저는 대장점막 혈관상 변화를 유심히 봅니다. 융기형에 비해 표면형 종양은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혈관상 변화를 통해 이러한 병변도 꼼꼼히 살핍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검사 시 고통이 없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면이든 비수면이든 최대한 아프지 않게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정성껏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편입니다.
Q. 대장내시경 검사 외에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식생활을 개선해야 합니다. 고단백, 고지방 식이는 피하고 과일 곡류 섭취로 충분한 섬유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금연과 금주는 물론이거니와 규칙적인 운동도 중요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으로 대장암 검진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50세 이상 분변검사 양성에서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장내시경 검사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배변 습관 변화, 복부 팽만감 등이 느껴지면 조기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여 대장암의 씨앗이 되는 선종을 제거해야 합니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특별한 가족력이나 용종 제거 이력, 기타 증상이 없다면 50세 이상부터 5년마다 한 번씩 받는 것이 좋습니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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