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세액공제율 최대 30%···'오징어게임' 시즌1 제작비 건진다
콘텐츠 30% 稅공제···결혼자금 증여세 1.5억까지 공제
'결정적 한방'은 없이 경기 살릴 굵직한 세율인하 안보여
바이오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설 투자 25~35% 공제
정부가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의 세액공제율을 최대 30%까지 확대하고 바이오의약품을 국가전략기술에 편입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2023년 세법개정안’을 27일 발표했다. 중소·중견기업의 증여세 과세특례 세율 구간은 6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확대하며 결혼 전후 2년 이내에 부모로부터 5000만 원(기존 공제 한도)을 증여받고 1억 원을 추가해도 공제해주기로 했다.★본지 5월 1일자 5면 참조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단의 세법 개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부가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 세수가 부족한 현실, 예산 부수 법안으로 내년도 예산안 통과와 맞물리는 세법개정안의 특성 등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대부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등에 담긴 내용이다. 그나마 K콘텐츠 산업의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 세액공제율 상향 조정이 눈에 띈다. 기본공제율이 대기업은 3→5%, 중견기업은 7→10%, 중소기업은 10→15%로 각각 올랐다. 특히 제작 비용 중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에 지출할 경우 공제가 추가돼 세액공제율은 최대 30%(중소기업)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탑건 매버릭(제작비 약 2233억 원)이 미국에서 약 282억 원의 공제를 받을 때 같은 규모의 한국영화는 67억 원에 그쳤던 공제수준이 334억 원까지 늘어난다. 오징어게임 시즌1 총제작비(250억 원)이상을 공제받아 추가 제작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또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이 현행 ‘5년 100%+2년 50%’에서 ‘7년 100%+3년 50%’로 확대된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인한 세수 감소 규모가 4719억 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13조 원에 달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굵직한 세율 인하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며 “부의 세대 이전과 민생 편익을 높이는 보완 정책으로는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부모가 자식에게 결혼 자금을 주는 경우에 한해 증여세 공제 한도가 5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확대된다. 세(稅) 부담을 덜어주며 결혼을 장려하는 동시에 고령층의 자산을 젊은 세대로 이전할 통로를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또 저소득층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자녀장려금 최대 지급액을 월 8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늘리고 700만 원으로 묶여 있던 영유아(0~6세) 의료비 세액공제 한도는 없앤다.
27일 기획재정부는 ‘2023년도 세법개정안’을 통해 이런 결혼·육아 지원책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혼인 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 한도가 3배로 늘어나는 점이다. 현재 자녀·손주 등 직계비속에 대한 공제 한도는 1인당 5000만 원(10년 합산)인데 결혼 비용 지원을 위해 증여할 경우 1억 원이 추가 공제된다. 다만 결혼 자금 증여는 혼인신고 전후 2년 이내(총 4년)에 이뤄져야 한다. 즉 혼인신고 전후 2년 이내라면 한 번에 1억 5000만 원을 물려줘도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신혼집 마련 부담에 결혼을 꺼리는 것만은 막겠다는 게 핵심이다. 공제 한도 1억 5000만 원 역시 사실상 주거비를 반영해 설정됐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평균 결혼 비용은 3억 3000만 원인데 이 가운데 2억 8000만 원이 집 마련에 드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예비 부부(신랑·신부)가 부모로부터 각각 1억 5000만 원씩 총 3억 원을 세 부담 없이 증여 받으면 신혼집 마련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예비 부부는 원래라면 내야 했을 세금 약 1940만 원(1인당 970만 원, 자진 신고 공제 3% 포함)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물려받은 돈이 결혼 자금으로 쓰이는지 어떻게 확인하느냐’는 지적에 정부 관계자는 “결혼비 사용처가 다양하고 복잡해 용도를 일일이 법에 규정할 경우 다양한 사례를 포섭할 수 없고 또 이에 따른 납세 협력 비용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부동산에 묶인 고령층의 자산을 유동화에 젊은 세대로 이전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940년~1964년대생이 가진 순자산은 가구당 총 7억 6902만 원으로 전체의 45.8%다. 인구 정책을 설계하는 한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이 되면서 부를 이전시킬 유인을 만드는 게 시급했다”며 “부자만 혜택 받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다른 정책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자녀장려금 최대 지급액(총급여 2100만 원 미만 홀벌이 가구·2500만 원 미만 맞벌이 가구)을 자녀 1인당 8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늘린다.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역시 총급여액 4000만 원 미만 가구에서 7000만 원 미만 가구로 확대한다. 수혜 가구는 현재 58만 가구에서 104만 가구로, 총지급 금액은 5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 여건이 좋지 않지만 자녀장려금은 비교적 소득이 적은 가구에 돌아가는 혜택인 만큼 약자 복지 차원에서 수혜 규모를 키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6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의료비 세액공제(공제율 15%) 공제 한도(현재 700만 원)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추가됐다. 산후조리원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는 총급여액 7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만 200만 원 한도 내에서 받았는데, 이 소득 기준을 폐지한다. 기업이 근로자에 지급되는 ‘출산양육수당’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한도는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확대된다. 이 한도가 상향 조정되는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고 양육 지원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근로자에 지급하는 출산 및 양육 지원금은 손비와 필요경비로 인정해 그만큼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덜어준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내에도 저출산 극복을 위한 획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충분히 있다”며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기대했다.
정부는 또 새 국가전략기술에 바이오 산업을 포함시켜 임상 1~3상 시험과 관련해 7월 투자분부터 최대 50%의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또 리쇼어링 기업의 소득세·법인세를 깎아주고 가업승계 시 증여세 저율과세 구간과 연부연납 기간도 대폭 확대한다.
우선 앞서 발표된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 방안에 따라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술·시설을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에 포함하고 7월 1일 투자분부터 시설 투자는 25~35%, 연구개발(R&D)은 30~50%의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구체적인 감면 대상은 바이오 신약 후보 물질 발굴·제조 기술, 임상 1~3상 기술 등의 8개 기술과 바이오 신약, 바이오시밀러 제조 시설 등 4개 사업화 시설이다. 다만 1월 투자분부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수소와는 달리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7월 1일 이후 투자분에 한정된다.
아울러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을 위해 리쇼어링 기업의 소득세·법인세 감면 폭과 기간 모두 대폭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5년간 100%, 이후 2년간 50%의 세금을 깎아줬는데 이를 7년간 100%, 이후 3년간 50% 줄여주는 식이다. 리쇼어링 촉진을 위해 세제 지원 업종 요건도 완화해준다. 표준산업분류표상 세분류가 동일하지 않더라도 해외진출기업복귀법상 전문위원회의 업종 유사성이 확인될 경우 세제 지원 업종 대상에 포함하는 식이다.
가업승계 지원과 관련해서는 가업승계 증여세 10%가 적용되는 구간을 현행 6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연부연납 기간 역시 5년에서 20년으로 각각 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가업상속공제 및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후 5년의 사후 관리 기간 동안 업종 변경 허용 범위를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에서 대분류 내로 확대한다.
올해 세법 개정안으로 세수가 약 5000억 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당장 내년에 감소할 세수만 7500억 원 규모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3년 세법개정안’으로 인한 세수 감소 규모는 4719억 원이다. 정부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5000억 원 규모의 감세 정책을 담았다는 의미다. 올해 40조 원 안팎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등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세수 기반을 공고히 하려면 감세를 통해 경기 활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각각 5900억 원, 437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법인세는 1690억 원 증가한다. 연도별로 보면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내년 세수는 7546억 원 줄어든다. 이후 세수는 2025년과 2026년 각각 1778억 원, 241억 원 늘었다가 2027년에 269억 원 감소한다.
정부는 이 같은 세수 감소가 ‘부자 감세’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기재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 효과(6302억 원)가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69억 원)과 중소기업(425억 원) 등 기업의 세 부담 완화 효과는 494억 원에 그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수 효과 대부분은 자녀장려금 확대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을 통해 자녀장려금 대상 가구와 지급액을 각각 2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대신 정부는 조세 회피 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국내 거주자와 내국 법인의 해외 신탁 자료 제출을 의무화한다. 제출해야 하는 자료는 신탁계약 기본 정보와 신탁재산 가액 등이다. 2025년부터 ‘우회덤핑 방지제도’도 신설한다.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덤핑 물품에도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고액·상습 체납자로 제한된 명단 공개 대상도 확대한다. 정부는 관세법을 개정해 명단 공개 대상에 포탈 관세 등이 연간 2억 원 이상인 관세포탈범도 추가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세포탈범은 고액·상습체납자보다 불법행위의 정도가 높아 (명단 공개를) 과도한 처분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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